쾅 쾅! 누가 나한테 똑딱이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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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타자의 거포변신이 즐거운 이유

한화 이대수, KIA전 연장서 천금 결승포
김선빈·이용규 등도 초반 깜짝 홈런랠리
아무도 기대 안할때 극적 홈런 기쁨 두배
한화의 10-9 끝내기 승리로 막을 내린 6일 대전 KIA-한화전. 이날 양 팀 타선은 홈런 네 개를 쳤다. 하지만 한화 4번 타자 최진행을 제외하면, 모두가 예상을 뒤엎는 얼굴들이었다. 한화 강동우와 이대수, 그리고 KIA 김선빈. ‘이변’이라고까지 부를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이 득점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 팬들이 “홈런!”을 연호하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한화의 역전승이 더 극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똑딱이 타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하늘의 별따기’로 여기는 교타자들이 인상적인 홈런으로 시즌 초반 프로야구 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앞서 등장한 세 명은 물론 두산 오재원과 KIA 이용규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김선빈은 6일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2회에 한화 송창식을 상대로 좌월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렸다. 2008년 데뷔한 그의 통산 홈런수는 경기 전까지 단 1개. 지난해 첫 홈런의 순간, KIA 관계자가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 천금같은 통산 2호 홈런을 추가한 것이다.

한화 마운드가 김선빈의 일격에 휘청거렸다면, KIA 마운드 역시 한화 교타자들의 한 방에 무너져야 했다. 지난해 홈런 수가 4개였던 강동우가 9회 7-9에서 동점 2점홈런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대수는 연장 10회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끝내기 좌월 솔로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이대수는 한화가 시즌 첫 승을 거둔 3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결승 솔로포를 터뜨렸던 주인공이다. 팀의 2승을 모두 결승 홈런으로 이끈 셈이다.

이밖에도 두산 오재원은 5일 목동 넥센전에서 2007년 데뷔 이후 396경기 1039타석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간판 김현수 대신 3번 타자로 기용됐다가 3회 0-2에서 한 점차로 따라붙는 우월 솔로홈런을 쳤다. 두산의 대표적인 ‘쌕쌕이’가 5년 만에 터뜨린 홈런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 올 시즌 첫 선두타자 홈런이자 KIA의 팀 첫 홈런도 김상현이나 최희섭이 아닌 이용규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3일 광주 삼성전에서 1회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우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의 홈런 타자들이 주춤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홈런왕 이대호(롯데)는 이미 개막 2연전에서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빠른 속도로 홈런 레이스에서 앞서 나갔고, 지난해 홈런 2위 최진행도 3일과 6일에 두 개의 홈런을 쳐내며 홈런 공동 1위로 따라 붙었다. 또 2009년 홈런왕인 KIA 김상현과 삼성의 중심 타자 채태인은 개막 2연전부터 호쾌한 만루홈런을 작렬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두산의 거포 김동주와 김현수도 개막전부터 동반 아치를 그리면서 시즌 전망을 밝혔다. 김선빈과 이대수 등의 반란은 말 그대로 ‘반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감독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부분 역시 ‘홈런’이 아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대수가 확실히 힘이 늘었고 시즌 초반 중요한 홈런을 쳐줬지만, 거포형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홈런보다는 타율 쪽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똑딱이형 타자들이 홈런 순위 앞쪽에 포진하는 현상은 분명 시즌 초반에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볼거리임에 분명하다.

도루왕 출신인 SK 전준호 코치의 현역 시절 한 시즌 최다 홈런은 5개. 하지만 전 코치는 “그 해에는 정말 칠 때마다 넘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떤 적이 있다. 그만큼 의외의 한 방은 똑딱이형 타자들에게 보람이자 기쁨이다. 또 친 팀은 횡재한 느낌인 반면 맞은 팀의 충격은 두 배다. 이들의 깜짝 거포 변신이 즐거운 이유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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