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축구 즐기게 하니 창조적 플레이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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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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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만년 하위팀을 2위로… 박경훈 제주 감독

《만년 하위 팀. 선수들은 “우리는 안돼”라며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 팀은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1위에 오른다. 영화에서 많이 나왔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올 시즌 이런 기적 같은 사고를 친 팀이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이다.》

만년 하위 팀을 선두권 팀으로 바꾼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올 시즌에 대한 소회와 내년 목표를 밝히고 있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그라운드의 멋쟁이로 불리는 박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미술학도였다. 그래서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옷은 내가 직접 골라 입는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만년 하위 팀을 선두권 팀으로 바꾼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이 7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올 시즌에 대한 소회와 내년 목표를 밝히고 있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그라운드의 멋쟁이로 불리는 박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미술학도였다. 그래서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 옷은 내가 직접 골라 입는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06년 연고 이전 뒤 제주의 성적은 바닥이었다. 10위 안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경훈 감독(49)이 부임한 뒤 제주는 달라졌다. 올 시즌 후반기에 1위를 달리다 2위로 시즌을 마쳤다. FC 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14위였던 팀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발전이다. 이 모든 것은 박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일 만난 박 감독은 올 시즌 모든 경기가 끝난 탓인지 편안한 얼굴이었다. 내년 1월 6일까지 달콤한 휴가기간이지만 일정과 약속이 많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박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해 “6강 플레이오프가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를 넘어 정규리그에서 1위를 3개월간 지킬 정도로 잘했다. 막판에 2위로 밀렸지만 선수들이 훌륭하게 잘해줬다”며 “선수들에게 120점을 주고 싶다. 자신의 능력이 70%라고 한다면 그 이상을 발휘해준 것 같다. 후회 없이 해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사실 박 감독은 실패를 경험한 감독이다. 17세 이하 대표팀을 맡았지만 2007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조별리그를 통과조차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 뒤 전주대 교수를 맡으며 사실상 축구계를 떠났다. 실패를 경험했던 만큼 다시 프로팀을 맡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박 감독은 “나조차도 감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팀이 실패한 감독을 쓰겠나. 신중하게 고민한 뒤 받아들였다. 이제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성공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박 감독은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17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내 스타일에 선수를 꿰어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나를 꿰어 맞추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박 감독이 강조한 것은 ‘즐기기’였다. 박 감독은 “팀을 맡은 뒤 선수들에게 요구한 것은 ‘즐겨야 한다’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라’였다. 축구를 즐기면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온다. 잘하는 축구보다는 즐기는 축구를 지향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위기의 순간을 말해달라고 하자 올해는 고비가 없었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나도 고비가 없었던 것이 두렵기도 했다. 1위를 달리고 있었을 때 긴장했고 마음을 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2위라는 목표 이상의 성적을 거둔 박 감독은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다. 박 감독은 “분명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2위 이하로 내려가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내년에도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흥분이 된다고 할까,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려는 제주와 박 감독의 내년 시즌이 박 감독 자신보다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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