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가다감독 재계약 미스터리] ‘우승땐+1년’…서울, 재계약 왜 뜸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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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7시 00분


구단-빙가다, 선수 운용 미묘한 갈등
우승컵은 품었지만 재미축구 사라져

K리그 우승 명분 재계약 협상 불가피
“빠르면 이번주안으로 결론 내리겠다”

5일 열린 제주와의 챔프 2차전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울 빙가다 감독. 구단과의 재계약 논의가 늦어지면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열린 제주와의 챔프 2차전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울 빙가다 감독. 구단과의 재계약 논의가 늦어지면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FC서울 사령탑 넬로 빙가다 감독의 거취가 올 겨울 K리그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K리그 데뷔 시즌에서 컵 대회와 리그 정상을 밟은 빙가다 감독이지만 계약기간 1년에 따라붙은 +1년이란 옵션을 놓고 서울 구단과 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옵션 행사는 왜 이리 늦어지는 것일까.

○+1년은 어떡해?

빙가다 감독은 작년 12월 연봉 50만 달러(5억6750만 원), 우승 보너스 10만 달러(1억1350만 원)의 조건에 서울 지휘봉을 잡았다.

서울은 K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빙가다 감독과 ‘+1년’ 옵션을 포기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으나 ‘우승 사령탑’ 타이틀이 붙으며 상황이 복잡해졌다. 올 시즌 K리그 6강에 오른 팀 중 벤치가 바뀐 곳은 경남FC 뿐이다. 울산 현대도 6강행이 확정된 뒤 김호곤 감독의 잔류를 선언했다.

빙가다 감독과 서울 구단은 겉으론 평온하게 지내왔지만 선수단 운용을 놓고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재계약 포기설이 흘러 나왔다. 서울 구단 소식에 밝은 한 축구인은 “빙가다 감독이 딱히 역할을 한 부분이 없었다”고 했다. 챔피언결정 2차전을 앞두고 서울 고위 관계자도 “재계약 논의는 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적을 얻은 대신, 서울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왔던 ‘재미’란 측면에서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선수들 상당수가 빙가다 감독을 좋아한다. ‘아버지’ ‘켄터키 할아버지’란 닉네임이 보여주듯 잔류를 바란다. 정조국은 “빙가다 감독이 안계셨다면 지금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란 우승 소감을 밝혔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 불발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빙가다 속내는?

빙가다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그간 서울과 함께 해서 즐거웠다. 당장 앞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서울 구단과 선수, 팬들은 삶의 일부가 됐다. 항상 내 마음은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미 거취가 확정돼 떠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잔류를 바란다는 것인지 그의 말들은 묘한 해석을 하기에 충분했다.

서울 관계자는 “빙가다 감독이 많은 지역을 오간 분이기 때문에 이미 다른 곳과 접촉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빙가다 감독이 재계약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압박용 카드를 내밀고 있다고 볼 수 있단 의미였다.

협상이 늦어진 까닭에 대해선 “컵 대회나 정규리그 1위는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추후 협상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봤다”고 구단 실무자는 말했다. 우승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안 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그러나 빙가다는 우승을 했다. 이제 구단은 여론의 향방을 보고 모기업으로부터 재계약에 관련된 결심을 들은 뒤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빙가다 감독은 8일 동남아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 다음 주 귀국 예정이라 협상이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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