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이기기도 미안… ‘동네야구’ 파키스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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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운동화에 장갑도 없어, 한국 17대0 콜드게임승 4강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상대할 팀의 전력을 분석했다. 16일 예선 3차전에서 만난 파키스탄은 예외였다. 전력을 살펴볼 기회도 없었고 필요도 없었다. 승부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처음 만난 파키스탄을 17-0, 5회 콜드게임으로 눌렀다. 한국은 1회 선두 타자 이용규(KIA)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가면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파키스탄 선발 투수 살림 하이더의 직구는 시속 130km를 넘지 못했다. 110km대의 변화구는 제구가 안됐다. 1루를 밟은 이용규는 여유 있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상대 포수는 이를 저지할 능력이 없었다.

파키스탄 선수 가운데 절반 이상은 스파이크를 신지 않았다.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타자들은 모두 맨손으로 방망이를 잡았다. 야구장갑은 아직 그들에게 먼 나라 얘기였다. 중견수는 타구가 떨어지기도 전에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실책을 했고, 유격수는 ‘알까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국 선발로 나선 김명성(중앙대)은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보니 너무 아니다 싶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이런 상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해설위원은 “누군가가 양복을 입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기에 확인해 보니 감독이자 단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야구는 감독이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는 종목이다.

‘황당한 상대’였지만 파키스탄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3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키 195cm의 울라 이산은 첫 상대 강민호를 상대로 146km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제구가 안돼 강민호의 옆구리에 정통으로 맞는 바람에 한동안 한국 타자들이 불안해했다. 허 위원은 “파키스탄에 야구 선수가 2만5000명이나 된다고 들었다. 군부대, 경찰 등 8개팀으로 구성된 리그도 있다. 체계적인 훈련을 못해 야구를 위한 근육 형성이 안돼 있지만 이산 같은 경우 국내로 데려와 2군에서 육성시키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을 상대로 이색 경험을 한 한국은 18일 오후 1시 준결승에서 중국과 대결한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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