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로마의 박태환은 잊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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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박태환은 가고, 베이징의 박태환이 돌아왔다."

'마린 보이' 박태환(21·단국대)은 지난해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 등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무너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딸 때 박태환의 모습은 로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2010년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박태환은 다시 달라져 있었다.

박태환은 14일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80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우승한 데 이어 16일 자유형 400m에서도 3분41초53의 한국 신기록이자 올해 세계 최고 기록으로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 조절 능력과 좌우 밸런스, 막판 스퍼트 등 지금 그의 모습은 로마가 아닌 베이징 때와 비슷했다.

안창남 수영해설가는 박태환의 가장 달라진 점으로 레이스 조절 능력을 꼽았다.

그는 "자유형 200m, 400m 예선에서 결승 레인 배정까지 염두에 두고 레이스 페이스를 늦췄다 당겼다 하는 모습을 보면 베이징 올림픽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그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훈련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는 폐활량의 변화에서도 찾은 수 있다.

박태환의 최대 폐활량은 보통 사람의 2배에 가까운 7000㏄ 정도다. 박태환이 3관왕을 차지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는 물론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천부적인 폐활량 덕이 컸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 폐활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폐활량의 감소는 부력을 떨어뜨려 경기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박태환의 후원사인 SK텔레콤스포츠단 관계자는 박태환의 폐활량이 지난해 6300㏄까지 줄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폐활량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지만, 박태환은 훈련 부족도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들어 박태환의 경기 장면을 지켜본 수영인들은 "지난해 로마 대회 때는 상체가 자꾸 물에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물 밖으로 드러내놓고 헤엄을 친다"고 입을 모은다.

박태환 스스로도 "피땀을 흘렸다"고 말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정상 때의 폐활량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지난 8월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직후 폐활량이 이미 베이징 올림픽 때와 비슷한 6800cc 정도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와 함께 박태환은 호주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두 차례나 맡았던 마이클 볼(호주) 코치를 만나 올해 1월부터 전담 지도를 받으면서 기술적 약점들도 보완했다.

볼 코치는 "내 생각에 박태환의 수영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기술은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볼 코치가 말하는 박태환의 보완점은 그동안 잘 알려진 대로 턴 동작과 턴 이후잠영, 스타트 등이다.

올해 볼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박태환의 잠영 거리는 7¤8m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 11¤12m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도 세계적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잠영 거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턴동작 이후 돌핀킥만 보더라도 박태환은 3¤4차례에 그치지만 미국의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는 7¤8회 정도다. 펠프스의 잠영 거리는 14m까지 이른다.

볼 코치는 호주 전지훈련 때 박태환에게 접영 훈련도 적지 않게 시켰다. 접영 실력이 좋은 펠프스가 그렇듯이 접영이 돌핀킥의 능력을 키우는데 좋기 때문이다.

기술적 부분은 하루아침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볼 코치는 "박태환은 발전할 부분이 더 남아있다. 그래서 기록을 더 단축시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박태환이 1년 전과 달라진 점 중 또 하나는 바로 수영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박태환특별강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지난해 로마 대회 직후 박태환과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박태환은 수영할 때 즐거운 마음50%, 의무감 50%라고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의 박태환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영을 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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