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무술 본고장서 금맥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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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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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국가대표 선수들, 지옥훈련 소화 사기충천
“돌덩어리 팔뚝은 훈장이죠”

우슈 대표팀 김준열(오른쪽)과 임승창이 9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산타(散打) 훈련을 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우슈에는 금메달 15개가 걸려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우슈 대표팀 김준열(오른쪽)과 임승창이 9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산타(散打) 훈련을 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우슈에는 금메달 15개가 걸려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허름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숨 막힐 듯 진한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물 1층 체육관으로 발을 옮기자 이번엔 절규에 가까운 기합 소리가 귀를 울렸다. 간단한 보호 장구만 몸에 걸친 채 과거 액션 스타 리샤오룽(이소룡)을 능가하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거친 동작을 반복하는 선수들. 기자가 입을 떡 벌린 채 넋을 잃고 지켜보고 있자 윤지원 대한우슈협회 전무이사가 곁에 와 한마디 했다. “중국에는 등록된 선수만 5000만 명 이상입니다. 그걸 뛰어넘으려면 지옥 훈련이 정답이죠.”

○ 중국은 등록선수만 5000만 명 넘어

무술의 중국식 발음인 우슈는 크게 투로(套路)와 산타(散打) 두 종목으로 나뉜다. 투로는 정해진 동작을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느냐로 순위가 결정된다. 태권도로 따지면 품새 경연에 해당하는 종목. 산타는 2분 3회전 경기를 벌여 2회전을 먼저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겨루기다.

이날 찾은 체육관은 산타 선수들의 훈련 현장.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에서 치른 마지막 훈련이었다. 오전에만 3시간가량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선수들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한창 오후 훈련을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남자 56kg급에 나서는 임승창(23)은 “3월부터 합숙하며 지옥 훈련을 했다. 하루하루 경기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산타가 태권도와 다른 점은 주먹, 발 기술은 물론 등타(던지기) 기술도 있다는 것. 한 회전에 2번 이상 상대를 매트 밖으로 내던지면 경기를 끝낼 수 있다. 일반인은 일으키기도 힘든 20kg이 넘는 무거운 모형 인형을 선수들은 하루에도 100번 넘게 들어 메치며 몸을 단련했다. 대표팀 막내 노경미(18·여자 60kg급)는 “타격과 등타 훈련을 번갈아 하면 계속 다른 근육을 쓰게 돼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 이런 훈장을 얻는다”며 돌덩어리같이 단단해진 팔뚝을 보여줬다.

○ 만리장성 넘어 금맥 캔다

우슈에서 메달을 따려면 종주국이자 개최국인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유상훈(20·남자 70kg급)은 “중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기계 같다. 그런 기계들 속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선수와 붙는다고 상상해 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10년 전만 해도 중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기술을 연마했다. 어린 아이들이 리샤오룽 영화를 보고 흉내 낸 거나 마찬가지인 셈.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2명의 중국 코치를 영입하며 오랜 기간 준비했고, 엄청난 훈련으로 짧은 기간 많은 성장을 이뤘다. 4월 한국에 건너와 선수들과 함께 지낸 중국인 황이쥔(黃義軍·30) 코치는 “매 순간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다 보니 이젠 한 가족 같다”면서 “모두 특유의 성실함과 집중력으로 지옥 훈련을 잘 견딘 만큼 이번에 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표팀 맏형이자 금메달 기대주 김준열(27·남자 60kg급)은 이렇게 말했다. “운동을 즐긴다는 얘기요? 저희에겐 사치로 들립니다. 전 항상 우슈 1세대란 사명감을 안고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복을 입어요.”

이날 밤늦게까지 뜨거운 훈련으로 조용한 체육관을 달군 대표팀은 10일 광저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슈에 걸린 금메달 수는 15개. 대표팀은 13일부터 무술 본고장에서 조용한 반란을 꿈꾼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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