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조광래호 2개월] 변화무쌍 ‘만화축구’ 아직은 ‘허무맹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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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7시 00분


조감독 공격 전술 선수들 적응 애로
포어리베로, 수비 중점 속공 안나와
젊은피 활력소 불구 기량 기복 단점


조광래호가 12일 한일전을 끝으로 1차 항해를 마쳤다. 8월 출범한 조광래호는 2개월간 3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전술적으로는 포백을 포기하고 3-4-3시스템을 도입했다. 수비와 공격의 세부 전술도 새롭게 마련했다. 대표팀 멤버에도 가능성 있는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희망적인 출발이었지만 조광래 감독의 청사진과 거리감도 존재했다. 지난 2개월을 되짚어본다.

● 만화축구

이청용(볼턴)이 조광래 감독의 공격 옵션을 ‘만화축구’라고 표현해 화제를 모은 가운데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는 속도와 패스가 가미된 공격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란과 일본과 평가전에서는 이런 공격전술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 감독은 전방 스리 톱의 역할에 구분을 두지 않고 포지션 변화를 통해 상대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활용하는 전술을 마련했다. 선수들에게는 3가지 약속된 움직임을 지시하는 등 패턴 플레이까지 가미하며 공격력 극대화에 힘썼다. 그러나 이 전술은 실제 경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최전방으로 볼을 전달하는 루트가 막힌 탓도 있지만 최전방 공격수들도 훈련장에서 했던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란과 일본전에서 한국의 공격은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이청용은 조광래호 공격 전술에 대해 “머리로는 다 이해하고 있는데 경기장에서 실제로 나타내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훈련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조 감독 머릿속에 있는 전술과 선수들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 괴리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 포어 리베로

수비 시스템에서는 ‘포어 리베로’를 도입했다. 포어 리베로란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가 미드필드까지 전진해 상대 공격의 핵심 선수를 맨 마크로 봉쇄하는 전술을 말한다. 나이지리아전과 이란전에서는 포어 리베로를 자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전은 달랐다. 조용형(알 라이안)을 내세워 일본 공격의 핵 혼다 게이스케를 맡겼다. 조 감독은 일본전에서 혼다를 막기 위해 이 전술을 쓰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하고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공수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 수비를 두껍게 하다보니 상대 공격을 차단해 공격 작업을 전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볼의 전달이 늦어져 한국의 장점 중 하나였던 빠른 속공이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김학범 스포츠동아해설위원은 “한일전에서 시도한 수비 시스템은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전술이다. 차라리 맞붙는 경기를 했다면 내용이 더 좋을 수 있었는데 너무 수비적으로 나와 미드필드에서 패스게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세대교체

조 감독은 취임 인터뷰에서 2011년 아시안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동시에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감독은 첫 번째 소집부터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조광래 황태자’로 불리는 윤빛가람(경남)을 비롯해 홍정호(제주), 김영권(FC도쿄),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 김민우(사간토스) 등 상당수의 유망주들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 가운데 윤빛가람, 홍정호, 김영권, 조영철 등은 합격점을 받아서 조광래호의 아이들에 이름을 올렸다.

젊은 선수들의 가세가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긴 했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A매치 등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탓에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이었고, 경기력의 편차가 심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기회를 주면서 그들이 진정한 A대표로 거듭날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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