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서용빈 코치가 김재현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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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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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재현은 올 시즌 현역 인생의 마지막을 불사르고 있다. 주장으로서, 중심타자로서 SK의 압도적 1위를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SK 김재현은 올 시즌 현역 인생의 마지막을 불사르고 있다. 주장으로서, 중심타자로서 SK의 압도적 1위를 이끌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재현아, 요즘 제2의 전성기 같던데 비결이 뭐야?
“벤치서도 타격감 잡기 집
중모드…하하”

◎ 애피타이저

SK 김재현(35)은 이미 ‘올 시즌 후 은퇴’를 못 박았다. 절실함의 배수진을 치고 돌입한 시즌에서 커리어 하이에 버금가는 성적(17일까지 타율 0.327·7홈런·32타점)을 내고 있다. LG 서용빈(39) 타격코치의 추천으로 이뤄진 릴레이 인터뷰는 그 경이적인 라스트 스퍼트의 원천을 들어보는 무대이기도 했다. 김재현은 주장 직함을 공유하고 있고, LG 후배이기도 한 박용택(31)을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찍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서용빈 코치가 김재현에게
 

LG에서 같이 생활할 때가 많이 생각나는구나. 좋을 때나 슬플 때,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 늘 같이 시간을 보냈지. 오랫동안 룸메이트이기도 했고. 이제는 팀도 다르고, 코치와 선수라는 신분도 다르지만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지금처럼 자주 통화하고 만나고. 재현아, 넌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고 예쁨을 받을 수 있는 동생이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예의를 갖췄고 성실하기 때문에 SK에 가서도 멋지게 선수생활을 해나가는 것 같구나. 너무 띄워줬나? 하하.

○김재현이 서용빈 코치에게
 

용빈이 형, 옛날 생각하려니까 LG 시절 겪었던 동고동락이 많이 떠오르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1994년부터 이어진 인연, 감사하게 생각해요. 여태까지 현역 인생에서 형이나 나나 우여곡절을 참 많이 겪었네요. 형도 그런 굴곡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좋은 일만 있고 서로 행복한 시간만 남아있길 바라요. 또 우리의 우정,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라고요. 항상 살아가는데 좋은 말 많이 해줘 고마워요.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 해주는 충고들 고맙고, 앞으로도 바른 길 갈 수 있도록 ‘멘토’로서 좋은 소리, 쓴 소리 해줬으면 좋겠어요.

-고관절 수술한 곳이 항상 걱정돼. 특히 슬라이딩할 때는 내 가슴도 철렁거린다. 괜찮은 거야?


“좋아진 상태에요. 점점 좋아져서 미세 통증도 이제 없어요. 물론 (LG 초창기) 예전에 비해서 같을 순 없지만 완벽해지고 있어요. 고관절은 내 머리 속에서 지웠어요.”

-지금 타격 페이스를 보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 같은데, 비결이 뭐야? 내가 볼 땐 벤치에서 쉬고 있다가 입맛에 맞는 투수만 상대하니까 그런 것 같은데, 하하. 김성근 감독님한테 고맙게 생각해라. 감독님하고 무슨 거래가 있는 거야?

“우리 팀은 (패턴이) 워낙 정해져 있으니까요. 사실 왼손투수 상대 많이 안하고 오른손만 주로 상대하니까 입맛에 맞는다기보다 매 경기 다 뛸 때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형도 알다시피 타자들은 밸런스라는 게 있잖아요. 나갔다, 안 나갔다 하면 리듬이 깨지고 갑작스레 대타나가면 고전하니까 못 나가더라도 벤치에서 감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어차피 팀 SK는 주전, 비주전 없는 팀이니까 선수가 그 흐름에 맞춰갈 수밖에 없어요. 적응하려고 노력해요. 집중력을 갖는 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 환경에서) 자극이 많이 돼요. 한때 불만도 있었지만, 팀이라는 게 나보다 왼손투수 볼 잘 치는 선수 있으면 그 선수가 뛰는 게 맞는 거죠. 팀이라는 차원에서 넓게 봐야 나 자신도 다스려지고, 남 탓하기 이전에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고, 팀을 우선하는 생각이 쌓이면 그런 팀이 강해지지 않나 싶어요. 2007년부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었어요. 팀 SK는 적재적소에 선수를 써서 약점을 커버하잖아요? 이제는 어린 나이 아니고, 고참으로서 은퇴 앞두니까 전체를 보게 돼요. 이제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SK 성적이 좋다. 올해도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설마 주장이 잘해서?

“내가 잘 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박)경완 형, (이)호준이 등 선배들이 자기들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주는 게 고마워요. 선배들이 안 튀고 앞에서 솔선수범하니까 젊은 선수들이 따라오게 되더라고요. 저는 행복한 남자 같아요. 늘 팀원들한테 고맙게 생각해요. 부득이하게 강압적일 때도 있는데 그런 걸 이해해주고 믿고 따라주니까.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감독님이 무언가를 제시하면 그걸 선수들이 해낸다는 데 있어요.”
LG의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들. 신인 3인방으로 센세이션을 몰고 왔던 유지현 LG 작전코치, SK 김재현, 서용빈 LG 타격코치(왼쪽부터)의 풋풋했던 시절. [스포츠동아 DB]
LG의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들. 신인 3인방으로 센세이션을 몰고 왔던 유지현 LG 작전코치, SK 김재현, 서용빈 LG 타격코치(왼쪽부터)의 풋풋했던 시절. [스포츠동아 DB]

-요즘 가끔씩 나한테 훈계식으로 얘기하는데, 좀 버릇이 없는 것 같더라. 하하. 사실은 참고가 되는 부분도 있다.

“용빈이 형한테 조언을 구하면 좋은 말씀 해주시니까 거기서 얻는 계기도 많아요. 다만 동생으로서 형이 올 시즌 처음 1군 코치 하시니까, 선수들도 코치들에게 바라는 바가 분명히 있을 거거든요. 나도 선수로서 그러니까. 그리고 형과 워낙 친하니까. 선수 입장에서 나는 선수의 마음을, 형은 코치의 마음을 서로 전해주고 그런 것들이 서로 믹스가 되면 형이 더 좋은 코치가 되지 않을까요?”

-와이프가 내조를 잘 하더라. 넌 어떻게 보답하니?


“시즌 중 보답 할 수 있는 건 없죠. 따뜻한 말,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시즌 끝나고 여행하면서 부족한 점 얘기 나누고요. 집사람이 워낙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까. 아기도 혼자 보다시피 하고, 항상 미안한 마음이죠. 될 수 있으면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안으로 안 가지고 들어가려해요.”

-지금도 여성팬 많냐? LG 시절에는 학
생팬들이 대부분이었잖아. 지금은 너도 30대 중반인데, 이젠 아줌마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LG와 SK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그때 팬들이 아줌마 됐네요. 결혼하면서 여성팬이 줄은 건 사실이에요. 그 대신 남성팬들이 늘어났으니까 좋게 생각하려고요. 팬 중에서는 LG 때부터 응원해주신 목동 할머니가 기억나요. 지금도 LG 팬인데 SK 경기하면 저를 응원해주시고요.”

-올 시즌 후에 은퇴한다고 작년에 미리 선언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놈아, 어떻게 형한테 상의 한마디도 없이 그런 폭탄선언을 하냐? 서운했다. 정말 은퇴할 거야?


“은퇴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어려서부터 이렇게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쭉 생각해왔죠. 집사람하고도 많이 상의했고. 사실 2007년 중간에 은퇴를 신중하게 고민했었어요. 그때 집사람이 ‘이렇게 은퇴하는 건 김재현답지 않다’고 해서 마음을 다잡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 웃을 수 있었죠(한국시리즈 MVP 수상). 은퇴는 될 수 있으면 좋은 모습일 때 해야 여운이 남지 않을 것 같아요. 작년에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 얘기했고,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약속드렸고. 그렇게 해서 안 되면 할 수 없고요. 성적이 안 좋아 은퇴하면 아쉽겠지만 지금까지는 생각 이상으로 잘되고 있어요.”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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