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에 9200만원, SBS 표정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3일 11시 19분


코멘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국내 독점 중계권자인 SBS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

그간 독점 중계권을 지키기 위해 각종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달려왔던 SBS는 대표팀이 원정 월드컵 사상 첫 승리에 이어 첫 16강 진출의 위업마저 달성하면서 단독중계에 대한 부담을 확 덜어냈다.

광고 판매와 중계 영상 재판매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SBS는 16강 진출을 기뻐하는 온 국민의 환호 속에 독점중계에 대한 불만도 점차 사그라질 것으로 보고 표정 관리에 나섰다.

◇ 광고판매 650억 원+알파 = 23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따르면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SBS의 광고판매액은 최소 65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바코 관계자는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예상한 이번 월드컵의 지상파 TV 광고 총 판매규모는 650억 원이었다"며 "그러나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한국전 광고 판매액을 더하면 그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열린 한국팀의 조별 예선 세 경기의 광고 판매액은 그리스전 70억 원,아르헨티나전 70억 원, 나이지리아전 63억 원이었다.

한국시각으로 프라임 타임에 열린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은 15초짜리 광고 한편에 9200만 원이었다. 또 새벽 3시에 열린 나이지리아전은 편당 8300만 원으로, 세 경기 모두 광고가 완전 판매됐다.

26일 오후 11시 열릴 한국팀의 16강전 경기인 우루과이 전 역시 15초짜리 광고 한 편이 9200만 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바코가 한국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16강전에서 다른 국가 경기의 중계 광고를 편당 3900만 원 정도로 책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팀의 16강 진출은 SBS에 분명 큰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다.

한편, 15초짜리 광고 한 편에 9200만 원의 단가는 역대 한국방송사상 최고가로, 지금까지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편당 6천만 원대가 최고였다고 코바코는 전했다.

◇ FIFA에 500만 달러 추가 지급 = SBS는 그러나 16강 진출만으로는 자사가 여전히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추가로 5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SBS에 따르면 FIFA는 출전국의 FIFA랭킹 등을 기준으로 중계권료 협상을 하는데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팀이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SBS와 중계권 협상을 했다.

즉 16강에 오를 경우보다 낮은 중계권료로 계약한 것인데, 한국팀이 16강에 오르면 중계권자인 SBS가 500만 달러를 추가로 FIFA에 지급하기로 돼 있다는 것.

SBS 관계자는 "500만 달러를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65억 원인데 즉시 지급해야한다"며 "한국팀이 16강에 올라도 우리로서는 여전히 이익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8강에 진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로 750억 원을 지불하고 남아공 현지에 제작인력 파견 등으로 100억 원을 쓰는 등 총 1천8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지상파 광고 외에 케이블채널인 SBS 스포츠채널의 중계 광고와 IPTVㆍ인터넷 등 각종 플랫폼에 중계 영상을 재판매한 액수 등을 합하면 16강 진출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널 이미지↑, 비난 여론↓ = 무엇보다도 월드컵 단독 중계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SBS는 대표팀의 16강 진출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채널 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SBS에는 매일같이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SBS는 월드컵 개막과 동시에 자사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하는 등 애써 비난 여론에 귀를 막았지만 회사로 걸려오는 전화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비난 여론은 막지 못했다.

중계와 해설에 대한 불만부터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지자 SBS가 단독 중계를 해서 졌다는 억지스런 비난까지 이어졌다.

또 SBS의 단독 중계에 불만을 품은 KBS는 연일 메인뉴스를 통해 SBS의 가 시청률 등을 문제삼는 보도를 토해냈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홍보팀 직원이 당번을 정해 매일 항의 전화를 응대하고 있다"면서 "남녀노소, 지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전화가 걸려와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은 16강 진출의 낭보 속에 묻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중계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일단 접어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SBS는 KBS와 MBC에 이어 '영원한 3인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사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KBS와 MBC가 관심이 없을 때 김연아에 집중하며 피겨 스케이팅 붐을 조성하고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성공을 이끌어냈던 SBS가 월드컵 단독 중계까지 성공하면서 창사 20주년을 맞은 올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인터넷 뉴스팀


▲다시보기=월드컵 첫 원정 16강 진출, 대한민국-나이지리아 경기 하이라이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