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리더 인터뷰]<17>장한섭 농협여자정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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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1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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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정구단 감독. 원대연 기자
농협 정구단 감독. 원대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인 1923년 6월30일 오후 1시. 정동의 제일고녀(경기여고 전신) 코트에서는 제 1회 조선여자정구대회 개회식이 열렸다.

동아일보사 주최로 열리게 된 이 대회는 국내 최초로 여성만이 참가한 스포츠 이벤트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20년대 당시 '여자는 집안에만 있는 것이 미덕'이라는 통념을 깨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도모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

2006년에는 남자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대회 이름도 전국여자정구대회에서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로 바꿔 단일 종목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회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구는 야구나 축구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지만 국제적으로는 한국 정구가 남녀 공히 세계 최강이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 효자 종목'으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정구.

52년 간 정구팀을 운영해오고 있는 농협의 장한섭(42) 감독을 제 88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가 열린 경북 문경에서 만나 한국 정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장한섭 감독은 "비록 정구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남녀 실업팀이 23개가 있고 중, 고등학교 팀은 16개 시도에 100개가 넘는다"며 "선수 층도 두꺼운 편이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내기 때문에 정구인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한국 정구는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했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정식 종목이 된 뒤 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2~4개를 획득하는 메달 효자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요즘 대개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데 정구 선수들은 어떨까.

장 감독은 "프로 선수들처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선수 생활을 끝낸 뒤 소속 기업의 회사원이 되거나 지도자, 중고교 코치나 체육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며 "여기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면 연금 혜택도 받기 때문에 정구만 잘해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대한체육회에서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의 규모를 자꾸 줄이려고 해 일선 지도자나 선수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프로나 인기 종목 위주의 육성책만 편다면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른 한국이 세계 스포츠 계에서 현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구는 테니스에서 갈라져 나온 종목. 국내에는 종주국 일본을 통해 1910년대 후반에 테니스보다 먼저 소개돼 1960년대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정구의 묘미는 무엇일까.

장 감독은 "정구와 테니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이다. 정구공은 아주 가볍고 물렁물렁한 재질로 돼 있고 라켓도 테니스보다 가벼운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며 "한번이라도 정구장에서 들리는 경쾌한 타격음을 들으며 정구 경기를 가까이서 본 사람은 그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 염려가 거의 없는 정구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하기에도 좋은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한국여자정구대표팀 감독도 겸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정구는 몇 개의 메달을 따낼 수 있을까.

장 감독은 "정구에 걸린 7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녀 대표팀이 모두 춘천에서 훈련을 할 예정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농협은 1958년 여자정구단을 창단한 뒤 꾸준히 구단을 유지, 발전시키며 한국 정구의 대들보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02년 농협 사령탑 지휘봉을 잡은 장 감독은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복식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스타플레이어 출신. 그는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개인복식,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장 감독은 "대한민국의 정구인이라면 누구나 80년 넘게 꾸준히 대회를 주최하고 보도해 정구 발전에 기여해온 동아일보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우리도 정구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동아일보기 정구대회가 200회를 넘어서까지 계속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경=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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