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태극전사들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왼쪽부터 FC서울 기성용, 전남 곽태휘, 성남 김정우, 인천 유병수. 스포츠동아DB
대표팀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렸던 태극전사들이 ‘적’이 되어 만난다. 21,22일 벌어지는 FC서울-전남 드래곤즈, 성남 일화-인천 유나이티드의 6강 PO는 전·현직 태극전사 맞대결의 무대다. 허 감독이 가장 이상적인 중원 파트너로 꼽는 기성용(FC서울)과 김정우(성남)는 전남 수비의 핵 곽태휘, 인천 공격의 중심 유병수와 각각 그라운드에서 양보 없는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동지에서 적으로
전남 박항서 감독이 “기성용을 어떻게 막을지 고심 중이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기성용이 서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의 발끝에서 공격진으로 볼이 정확하게 배달된다면 전남 수비진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효과적으로 봉쇄한다면 전남의 승산이 그만큼 높아진다. 내년 셀틱 이적을 확정지은 기성용은 마지막 선물로 팀에 우승컵을 안겨주겠다는 각오. 기성용의 ‘창’은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곽태휘가 막는다. 박항서 감독은 PO 진출의 명운이 걸려 있던 서울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허벅지 통증이 있는 곽태휘를 과감하게 선발에서 제외했다. 6강 PO에서 진정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대표팀에서 김정우(성남)와 유병수(인천)의 처지는 정 반대다. 김정우는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힌 반면 최전방 공격수 유병수는 작년 6월 대표팀 첫 발탁의 꿈을 이룬 뒤 더 이상 허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6월 2일 오만과의 친선전에서 A매치 그라운드를 밟는 감격을 맛봤지만 이 경기가 공식 A매치로 인정받지 못해 A매치 출전기록은 ‘0’이다. 기록의 화려함에서는 시즌 14골 4도움을 올린 강력한 신인왕 후보 유병수가 앞서지만 김정우의 팀 공헌도도 뒤지지 않는다. 성남 신태용 감독은 “눈에 띄지는 않아도 헌신적인 플레이와 패스 감각은 국내 미드필더 가운데 최고다”는 말로 김정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아공행 마지막 찬스
곽태휘와 유병수가 축구화 끈을 더욱 강하게 동여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허 감독은 내년 1월 전지훈련에 유럽파를 제외한 국내파 위주로 30∼3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허정무호에 승선할 것으로 보이는 기성용, 김정우와 달리 아직 대표팀 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이들은 이번 6강 PO가 허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찬스다. 팀이 승리해 준PO, PO 나아가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다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특히 작년 2월 동아시아 대회에서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뒤 부상으로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다가 최근 재발탁된 곽태휘는 “이번에 내 모든 것을 보여 주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