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경기중엔 실수 빨리 잊지만 훈련땐 철저히 고쳐”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19일 21시 43분


"저와 피겨는 궁합이 딱 맞는 것 같아요."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는 대회마다 다시 태어난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대(207.71점)를 돌파했다. 7개월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다시 세계 기록(210.03점)으로 우승했다. 이 모든 게 그의 피겨에 대한 열정 덕분이다. 김연아를 19일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기에 앞서, 파리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빙상장의 딱딱한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닌 프레스룸 한 모퉁이에서 만났다.

-이번 대회를 마친 소감은?

"올 여름 준비 과정은 힘들었어요.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첫 대회여서 걱정도 됐죠.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 점프를 한 번 못 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워요. 세계 기록도 세웠으니 좋은 출발인 셈이죠."

-첫 대회부터 세계 기록을 세웠는데 나머지 대회가 부담이 되진 않는지….

"보통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점수가 높아지는데 빠르긴 빨랐네요. 기대했던 것보다 점수가 잘 나왔어요. 다음 대회가 부담이 되긴 하는데, 제가 보여주고 싶은 걸 제대로 연기하는 게 중요하죠."

-경기에서 실수를 한 데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앞으로 내가 보완해야 할 점도 느꼈어요. 실수를 하면서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 지를 깨닫게 돼요. 경기 중 실수를 하면 빨리 잊으려 해요. 한번 한 실수는 훈련을 통해 철저히 고치려 하죠."

-심리 치료를 받아본 적은 있나요?

"전혀 없어요. 내 성격 자체가 피겨 같은 운동을 하기에 적당한 것 같아요. 타고난 성격인지 실수를 해도 마음에 담지 않는 편이에요."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속으로는 긴장해도 겉으로는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요.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몸을 움츠리면 더 긴장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 노력해요."

18일 갈라쇼에서 매혹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 연합뉴스
18일 갈라쇼에서 매혹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연아. 연합뉴스
-프리스케이팅을 할 때 빙판 위에 해바라기 씨가 있어 방해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는데….

"빙판 위에 뭐가 있는지 몰랐어요. 얼음이 약간 패여 있는 곳에 날이 걸리는 바람에 중심을 약간 잃었기 때문에 점프를 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손톱에 검정색 매니큐어를 칠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쇼트프로그램에서 총 쏘는 안무 등 손동작이 많아요. 분위기 상 검정색 손톱을 해봤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요. 작은 것 하나도 프로그램 분위기를 바꿀 수 있거든요."

-쇼트프로그램 의상은 계속 입을 건지….

"원래 생각한 디자인은 아니었어요. 올림픽 시즌인 만큼 다른 의상도 준비할 생각이에요. 앞으로 의상은 이번 것을 보완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의상이 될 수도 있어요."

-신기록 행진을 계속 기대해도 될까요?

"대회마다 좋은 점수를 받는 게 좋죠(웃음). 신기록 욕심은 없지만 기복이 없는 성적을 내고 싶어요."

김연아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있어 경기를 치르면서 차근차근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이 좋아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며 "한국은 내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나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리=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