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각양각색’ 세리머니 화제

  • 입력 2009년 10월 6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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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리틀 태극전사들의 이색적인 세리머니가 연일 화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6일 파라과이와의 16강전까지 총 7골을 터뜨리면서 이미 성인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펼친 세리머니부터 외국 선수들이 취하는 멋진 동작까지 각양각색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재기발랄한 20세 초반 선수들이 펼치는 세리머니 속에 숨겨진 의미를 살펴본다.

#1. ‘나를 기억해 달라’…홍명보 품에 안긴 김민우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도 재미있고 풍자적인 세리머니가 많이 연출됐다. 현재 한국 U-20 대표팀 선수들은 당시 중학생 정도였지만, 8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추억은 리틀 태극전사에 의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는 바로 김민우(연세대)다. 김민우는 지난달 29일 ‘전차군단’ 독일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홍 감독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박지성이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안긴 세리머니와 흡사했다. 박지성은 이 세리머니 이후 히딩크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함께 유럽으로 건너갔다.

이 경우처럼, 홍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그만 두고 향후 어느 팀 감독을 맡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자신의 품에 안긴 김민우는 반드시 첫 번째로 기억될 선수임에 틀림없다.

#2. ‘추석 잘 보내세요’…큰 절 세리머니

3일 이집트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대회 C조 조별리그 최종전. 팽팽히 맞서던 전반 23분 한국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볼을 잡은 수비수 김영권의 침착한 왼발슛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네트를 갈랐다. 그러자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 중앙으로 이동해 일렬로 정렬한 뒤 큰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 코치진과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준 붉은 악마·현지 교민·TV를 통해 새벽까지 시청한 축구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3. 구자철 ‘홍명보 따라잡기’

구자철도 세리머니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전에서 페널티킥으로 16강 진출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린 이후 양팔을 벌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라운드를 달렸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홍명보가 골을 넣고 기뻐하던 모습과 많이 닮은 세리머니였다.

이 같은 세리머니는 홍명보의 젊은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홍명보는 취임일성에서“옆집 아저씨와 같은 편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벽을 허물면서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선수들에게는 스스럼없이 감독의 세리머니를 따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보인다.

#4. ‘나는 그라운드의 연주가’ 김보경의 바이올린 세리머니

김보경(홍익대)도 이번 대회를 통해 홍명보호가 수확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런 그가 그라운드 위에서 우아한 바이올린 솜씨를 뽐냈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린 뒤 바이올린을 켜는 세리머니를 펼친 것.

이 세리머니를 가장 먼저 시도한 선수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간판 공격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다. 2006 독일월드컵 때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때 보인 ‘바이올린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어느 운동선수나 자기가 닮고 싶고 동경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김보경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아마 질라르디노가 아니었을까.

#5. “친구야! 힘내” 오재석을 위한 골 뒤풀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어도 부상으로 인해 동료들의 경기만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파라과이전에서도 한 선수가 그랬다. 주인공은 오재석. 미국과의 최종전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다친 오재석은 부상 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함께 고된 훈련을 버텨오며 이집트에 입성해 중요한 경기에 같이 하지 못하는 오재석에게 팀 동료들은 미안함 마음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파라과이전에서 후반 15분 두 번째 골을 터뜨린 김민우를 비롯한 선수들은 벤치로 한걸음에 달려가 오재석을 안아주는 동료애를 발휘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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