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후진국형 ‘K리그 심판관리’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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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은 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프로축구 그라운드에선 사정이 다르다. FC 서울 셰놀 귀네슈 감독은 지난달 포항 스틸러스와의 컵 대회 4강전에서 진 뒤 “심판 3명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다.

판정 시비가 계속 불거지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축구협회가 심판을 교육해 K리그에 파견만 할 뿐 관리 감독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축구연맹은 심판 관리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 이게 문제다. 심판 월급과 수당을 연맹에서 지급하는 데다 심판 재계약 여부 등 모든 심판 문제를 구단 단장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그렇다 보니 심판들이 구단의 눈치를 보게 된다. K리그 경기가 유독 자주 끊기는 이유도 여기서 파생한다. 심판들이 한쪽만 휘슬을 불면 다른 쪽에서 욕을 먹을 수 있다는 ‘별난 공정성’으로 휘슬을 자주 불기 때문이다. 일부 심판은 특정 구단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귀네슈 감독은 8강 2차전에서 퇴장당했다. 대기심판이 주심에게 귀네슈 감독의 퇴장을 건의해 이뤄졌다. 바로 그 대기심판이 4강 2차전에 주심으로 기용되자, 퇴장으로 2경기 출전정지를 받아 벤치에 앉지 못하고 스탠드에 있던 귀네슈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심판을 버젓이 해당 팀의 다음 경기에 투입한 게 원인이 됐다. 심판들끼리 카르텔을 형성해 유능한 젊은 심판 수혈을 꺼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일본 등 축구 선진국들은 운영비는 프로 리그가 제공하지만 축구협회가 심판을 철저히 관리 감독한다. 잉글랜드는 심판협회를 따로 둬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후진국형 축구 행정을 고수하고 있다. 연맹과 구단 측은 “협회가 공정성을 확보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라”고 주장하며 심판 관리 권한을 협회에 넘기지 않고 있다. K리그의 현주소를 볼 때 월드컵 4강 재현은 그야말로 ‘신화’가 아닐 수 없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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