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실외 스크린골프’ 뜬다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실제 타구가 화면속에 그대로… 사이드스핀까지 반영

박선의 씨 개발 ‘알바트로스C.C’

힘껏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TV 화면 ‘볼사이드각’ 항목에 ―1도라는 표시가 떴다. 공이 약간 왼쪽을 향했다는 의미다. 타구가 날아간 드라이빙 레인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왼쪽으로 날아가던 공이 오른쪽으로 약간 방향을 틀었다. ‘사이드스핀’ 항목에 125rpm이 적혀 있다. 오른쪽으로 스핀이 걸렸다는 뜻이다. 기존 스크린골프라면 이 타구는 왼쪽에 떨어졌을 것이다. 사이드스핀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크린골프 ㈜알바트로스가 획기적인 시뮬레이터 ‘알바트로스C.C’를 개발했다.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타구를 분석해 백스핀, 사이드스핀양까지 알려준다. 카메라 시스템은 지난해 12월에, 회전 방향을 알 수 있게 특수 제작한 공(사진)은 올해 3월 특허를 받았다. 모두 이 회사 박선의 대표(44)가 개발한 작품이다.

박 대표는 국내 스크린골프의 선구자다.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화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골프 사업을 시작했다. 로켓 등 추진기관의 궤도를 연구하던 그가 골프공의 궤적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 그는 ‘VR필드’라는 회사를 차리고 2000년 ‘스윙마스터’를 개발했다. 이때만 해도 스크린골프용이라기보다는 연습 보조수단이었다.

“스윙마스터를 개발한 이듬해 직원들과 함께 드라이빙 레인지로 나갔어요. 스크린에서는 똑바로 나가던 공이 사이드스핀 때문에 심하게 휘더군요. 이걸 잡지 못하면 스크린골프는 장난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공의 회전을 파악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열중했죠.”

2003년 공의 탄도까지 인식하는 알바트로스1.0을 만들었지만 스핀 측정은 그때까지만 해도 요원했다. 그런데 부산, 경남 김해시 일대에서 이 기계를 설치한 건물과 골프연습장이 인기를 끌었다. 그게 바로 스크린골프장의 시초였다.

“미국에서 개발한 L자형 센서를 2005년경부터 특허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스크린골프가 확산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희 회사가 시장의 70%를 차지했는데 영업보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다 지금은 시장에서 조금 밀렸죠.(웃음)”

박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추수가 끝난 대전 주위의 논을 빌려 테스트를 했다. 초보자부터 프로골퍼까지 모든 구질의 스핀 데이터를 측정했다. 그 결과물로 만든 것이 바로 알바트로스C.C다. 박 대표는 경기 광주시 서창퍼블릭골프클럽 3층 실외연습장에 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방을 만들었다. 실내에 설치하면 스핀 측정이라는 장점을 실감하지 못할 것 같아 직접 자신이 친 타구를 보면서 대형 TV 화면에 나타나는 가상 필드의 궤적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임재숙 총괄이사는 “필드의 현장감과 스크린골프의 장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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