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야구구장 현대화 지자체가 앞장서야 

  • 입력 2009년 5월 19일 08시 13분


지난 주말 세미나 참석차 출장을 다녀와 새벽에야 귀가했다. 일요일 아침, 잠에 취해 있는데, 아들 녀석의 성화가 시작됐다. 인근학교와의 야구경기에 심판을 보라는 것이다.

이 곳 부산은 야구에 관한한 좀 유별나다. 아파트 안에서도 주말만 되면 모두 글러브를 가지고 삼삼오오 야구를 한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대로 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안이건 학교운동장이건 조금은 위험한 모습도 연출된다.

아들 녀석의 경기도 매한가지였다. 좁은 학교 운동장에서 몇 개 팀이 동시에 게임을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아찔한 순간이 가끔 연출되기도 한다. 결국 3-0으로 앞서던 게임이 마지막에 역전을 허용하여 5-4로 지면서 마무리 되었다. 이긴 상대방학교 아이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뒤엉키고, 게임에 진 아들 녀석은 억울함을 참지 못한다.

가끔 이렇게 주말 시간이 날 때면 심판을 보곤 하는데, 동네 어린이 야구치고는 수준이나 형식이 매우 깔끔하다. 아이들의 몰입의 정도도 대단한 수준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신체활동은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단지 야구는 동네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야구마저도 제대로 된 경기장이 부족하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프로야구 경기장 인프라는 대만과 비교해서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히 지방구장은 팬들에게 돈을 내고 오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이다. 초라한 야구장 인프라만 생각하면 역대 KBO고위층에게 분노마저 일어난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팬들이 나서서 경기장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 청원운동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경기장은 누가 개선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구단 중에서 누가 더 책임감이 크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결론은 명쾌하다. 지방정부에 책임이 귀속된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프로야구에도 구단이 경기장을 건설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1980년대 이후는 지방정부가 나서서 건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나 대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왜 미국과 일본의 지방정부들은 주민의 혈세로 모은 돈을 경기장 건설에 투입하는가. 대충 계산해도 경기장으로부터 지방정부가 얻을 수입은 건설비 및 유지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본질적인 이유는 프로야구 경기장이 갖는 외부효과(externality)와 공공재(public good)적 성격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프로구단은 같은 지역의 다른 산업에 좋은 방향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치고, 그 도시의 주민들에게 상징적인 자부심과 도시일체감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외부효과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상품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 필연적으로 적은 양이 공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IA, 한화, 삼성이 열악한 경기장을 견디다 못해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상상해보자. 누가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는가. 지방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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