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선수노조, 지금은 때가 아니다

  • 입력 2009년 5월 7일 08시 17분


얼마 전 프로야구선수협회 손민한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즌이 시작되어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수들이 모여 이런 발표를 하게 된 배경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리라 본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하다 앞장선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한 경우를 보더라도 총대를 맨 손민한 선수의 용기는 가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동료선수들의 묵은 감정과 불만을 대변하는 것으로 유추된다.

실제 소수의 고액 연봉선수를 제외하고는 연습생을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그늘에 있음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프로스포츠란 ‘정글’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생존경쟁의 세계라 하소연할 곳도 없다. 고작 감독 코치와 상의할 정도이지만 그들 역시 한계를 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필자도 감독으로서 현장에 있을 때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어려움도 알고 선수와 구단간의 의사소통에도 마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면 구단의 어려움도 알고 있기에 양쪽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나선 경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기업 부채비율이 100%가 넘어섰고 거리에 내몰린 실업자가 100만 명이 훨씬 넘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며칠이 안됐다. 세계가 온통 경제난이고 우리의 현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중에 이런 일로 경기 집중력이 소모된다면 프로야구전체에 큰 손실이 생길 수도 있어 노파심으로 하는 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이럴 때 쓰이는 말인지는 몰라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좌우지간 이번 숙제는 시즌을 마친 후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풀어갔으면 한다.

한편 KBO(한국야구위원회)도 구단편향의 잣대로만 선수들을 보지 말고 그들의 소외감을 달래줄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진정한 동업자가 되기 위해선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프로의 세계라 하더라도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아무튼 야구선배로서 충정으로 말하건대 선수 여러분들은 시즌 중에는 팬들을 위해 경기에 몰두하고 베스트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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