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한국야구의 힘] 기적은 없다…하나된 열정만이 있을 뿐!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12분



‘위대한 도전 경이로운 성취’ 그 비밀은?

한국야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6년 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당히 4강에 오르자 ‘야구 종주국’ 미국은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라며 경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은 한국야구의 예사롭지 않은 발전 속도와 실력을 과시하고 확인한 디딤돌이었다. 아마추어 세계 최강 쿠바와 프로 올스타 일본을 나란히 2차례씩 연파하며 9전승 ‘퍼펙트 골드’를 이루자 세계는 한국야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제3의 세력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제2회 WBC는 이처럼 200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야구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드디어 세계 일류 수준에 도달했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음을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과연 한국야구의 힘은 무엇인가.

한 세기(century)를 훌쩍 뛰어넘는 메이저리그(MLB)와 역시 반세기를 넘어선 일본프로야구(NPB)의 역사에 비추면 고작 4반세기에 불과한 프로리그를 지닌 한국야구가 세계무대에서 일으키고 있는 파란은 분명 위대한 도전이자 경이로운 성취임에 틀림없다.

○변화무쌍 ‘생물야구’&‘퓨전야구’

제2회 WBC에서 한국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야구를 거듭하고 있다. 도쿄 라운드에서 펼쳐진 2차례 일본전과 2라운드 멕시코전, 준결승 베네수엘라전은 그 좋은 본보기다.

3월 7일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한국은 치욕적인 2-14,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일본 킬러’로 각광받아온 김광현이 일본의 현미경 야구에 철저히 해부당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틀 뒤 조 1위 결정전에서 한국은 보란 듯이 1-0 완봉승으로 설욕했다. 상대의 치밀한 분석을 무용지물로 만든 히든카드 봉중근이 그 주인공.

미국 유학파 봉중근은 사무라이들의 눈에 생소한 볼과 힘을 바탕으로 ‘연결야구’라는 슬로건을 내건 일본의 스몰볼을 짓눌렀다.

미국식 ‘빅볼’을 구사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는 한국야구를 일본식 스몰볼로 착각했다가 낭패를 봤다.

1라운드 팀 홈런 1위였던 멕시코는 한국과 맞대결에서 거꾸로 솔로홈런 3방(이범호-김태균-고영민)에 침몰했고, 준결승 하루 전 거두절미하고 “한국의 스몰볼에 대비하겠다”던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도 1회 추신수의 3점홈런과 2회 김태균의 2점홈런에 머쓱해졌다.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감독의 작전을 더욱 빛나게 하는 다양한 선수 옵션이야말로 한국야구의 밑바탕이다.

투타에 걸쳐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정교함을 자랑하는 선수가 있고, 또 임기응변(재치)에 능한 선수가 덕아웃과 불펜에 대기하고 있다.

솜씨 좋은 ‘요리사’의 손을 거쳐 ‘날것’의 감칠맛이 살아났고, 스몰볼과 빅볼을 상황에 맞게 응용한 ‘퓨전볼’에 상대는 당황하고 말았다.

○칠전팔기 ‘도전야구’&‘애국야구’

한국은 제2회 WBC대표팀을 꾸리면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력 후보들은 줄줄이 감독직 제의를 고사했고, 박찬호와 이승엽을 비롯한 투타의 기둥들은 피치 못할 사정들을 들어 끝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임창용과 추신수를 제외하면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이 출범했고, 대회를 목전에 두고도 크고 작은 악재가 끊이질 않아 급기야 ‘2라운드에만 진출해도 성공’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던 김인식 감독과 “우리는 가슴에 태극마크만 달면 힘이 난다”던 선수들은 팀워크로 똘똘 뭉쳐 고비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거뜬히 결승에 올랐다.

‘이번에야말로 본때를 보이겠다’며 단단히 칼을 간 사무라이들을 1라운드 조 1위 결정전과 2라운드 첫 대결에서 보기 좋게 꺾을 수 있었던 것도, 2회 연속 4강에 안주하지 않고 첫 우승을 일구기 위해 메이저리거 일색의 베네수엘라마저 초반부터 밀어붙여 완벽하게 무릎 꿇린 것도 모두 강인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머리에 강속구를 맞고도 벌떡 일어나 상대 투수를 째려보고, 감기몸살로 몸이 천근만근이어도 기를 쓰고 경기에 임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유니폼에 달린, 아니 가슴에 아로새겨진 태극마크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강한 미국이나 베네수엘라보다 한국은 팀이 강한 야구를 하는 것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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