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기자의 취재파일] ‘KBO 무대책’에 대표팀 사령탑만 얼룩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32분


대한민국야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언제부터 ‘독이 든 성배’가 된 것일까. 또 그 ‘독배’가 왜 하필 개선식까지 마친 노장에게로 다시 떨어진 것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한화 김인식 감독을 낙점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과 SK 김성근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종전 흐름과는 한참 동떨어진 결정이라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게다가 사전에 본인의 의사 한번 타진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만장일치 추대’라는 희한한 선례를 만들었으니 그 대단한 배짱에는 기가 찰 정도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올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경이적인 성과를 올리기까지 시시때때로 ‘두집살림’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올해로 두산과 계약이 만료되는 처지에서 대표팀과 소속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다행히 올림픽에서는 목표를 초과달성했고, 두산 역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원만히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정반대의 경우도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만큼 김경문 감독의 2008년은 천국과 지옥 사이의 갈림길이었는지도 모른다.

KBO가 김경문 감독의 이런 형편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래서인지 KBO는 올림픽 직후 한동안 뜨겁게 달아오르던 차기 WBC 대표팀 사령탑 인선 논란에 대해 무 자르듯 선을 그었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논의해도 충분하다’는 요지였다. 그리고는 당초 공언대로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KBO는 불과 며칠 새로 뚝딱 일을 해치우려 하고 있다. 물론 그 최종 결말은 아직 미완성이다.

KBO 기술위는 5일 김인식 감독 추대를 발표하면서 “내년 WBC가 끝난 뒤에는 2010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선임의 기준을 만들겠다. 현역 감독과 재야 인물, 전임제 감독 등 3가지 방안이 있지만 일본이 호시노 체제의 실패 후 현역 하라 다쓰노리 감독(요미우리)으로 간 것처럼 역시 현장감을 고려하면 현역 감독이 최상의 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안타까울 노릇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이미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만들자’는 여론은 분명 존재했다. KBO가 조금이라도 앞날을 내다보는 눈을 지녔더라면 어땠을까. 김경문 감독도, 김성근 감독도, 또 이제 그 바통을 이어받은 김인식 감독도 굳이 선임단계에서부터 마음고생은 겪지 않아도 됐을 테니 말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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