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이럴수가”, 첼시 “그럴수도”…‘빅4’ 초반 판도 분석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55분


2008-200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초반 판도가 심상치 않다. 흔히 ‘빅(Big)4’로 불리는 첼시, 리버풀, 아스널이 시즌 4라운드까지 마친 현 시점에 나란히 리그 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라운드까지 승점 4에 그쳐 14위까지 내려앉았다. 대신 4위 자리는 에버턴(승점 7)이 차지했다. 3-4경기 흐름을 놓고 단언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초반 판도가 거의 끝까지 이어진 과거 시즌을 되돌아볼 때 현 상황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빅4’의 초반 흐름을 되짚어본다.

○ ‘부상’과 ‘스폰서 파산’… 역풍 맞은 맨유

1승1무1패인 맨유의 부진이 단연 관심을 끈다. 지난달 18일(한국시간)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개막전에서 득점없이 비긴 맨유는 26일 포츠머스 원정에서 1-0으로 승리, 기세를 타는 듯 했다. 그러나 절대 져서는 안 될 리버풀과의 ‘붉은 전쟁’에서 1-2로 패배, 7년 만에 안 필드(리버풀 홈)에서 패하는 두 배의 아픔을 겪었다.

향후 추이도 불투명하다. 주력들의 줄 부상이 퍼거슨 감독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중원의 핵’ 마이클 캐릭이 오른 발목 골절로 최소 한 달 이상 재활이 필요하고, 오언 하그리브스와 웨스 브라운은 무릎이 좋지 않다. 특히 리버풀전 출혈이 컸다. 3075만 파운드(약 610억원)의 거액을 들여 토트넘에서 영입한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무릎 부상을 당했고, 파트릭 에브라도 뇌진탕 검진을 받았다. 그나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박지성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점이 다행이다.

악재는 또 있다. 유니폼 스폰서십을 체결한 미국 보험사 AIG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것. 약 5600만 파운드의 계약을 맺은 AIG가 도산할 경우, 맨유는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하다. 계약 기간도 2년이나 남아있다. 외신들은 “AIG가 도산해도 맨유는 더 높은 가격에 새 스폰서를 구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금전적 손해보다 이미지 손상이 더 두렵다.

○ ‘승승장구’첼시…스콜라리의 장악력 돋보여

무엇보다 분위기가 좋다. 맨유와 지난 시즌 종료 시점까지 물고 물리는 순위 경쟁을 벌인 첼시 FC는 3승1무(승점 10)의 성적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 내용도 좋았다. 특히 포츠머스와 리그 개막전에선 무려 4골을 몰아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토트넘과 시즌 3라운드 홈 경기에서 1-1로 비기긴 했으나 스콜라리 감독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라고 평했다.

사령탑의 선수단 장악이 상승곡선에 크게 일조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과 아브람 그랜트 감독에 이어 새로이 팀 지휘봉을 잡은 스콜라리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프랭크 램파드, 디디에 드록바 등 이적설에 휘말린 주력 선수들을 잔류시켰고, 자신이 불필요하다 여긴 선수들은 대거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도 활발히 커뮤니케이션을 시도,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구단주와 난 자주 대화를 한다. 주로 긍정적인 주제를 갖고 얘기한다.”

○ ‘이번 시즌만큼은’ 리버풀-아스널

리버풀과 아스널도 호조를 보였다. 리버풀은 3승1무(승점 10)로 첼시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고, 아스널은 3승1패(승점 9)로 3위에 랭크돼 있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과 아르헨 웽거 감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저마다 이번 시즌이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는 최적의 찬스로 여긴다.

특히 리버풀은 맨유를 제압했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돼 있다. 2004년 6월 부임한 뒤 한 차례도 맨유를 꺾어보지 못했던 베니테스 감독은 13일 맨유를 2-1로 꺾고, 이력서에 의미있는 한 줄을 추가하자 만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기뻐했다. 챔피언스리그 제패까지 노리는 베니테스 감독은 “더 이상 추억만 되새길 수 없다. 이번 시즌은 기필코 리버풀에 새 영광이 도래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렇듯 자신만만한 베니테스와 달리, 웽거 감독은 조금 신중하다. 승점 83을 확보하고도 아쉽게 3위에 그친 2007-2008시즌을 포함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24일 풀럼FC와 시즌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번번이 2%가 부족해 경쟁에서 밀려온 웽거 감독은 “맨유-첼시-리버풀 등 전통의 강호들이 건재하고,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이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재미를 본 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아직 아스널이 우승권에 다가간 게 아니다. 타이틀 향방과 관련한 얘기는 내년 초에 다시 하자”고 말을 아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관련기사]‘스콜라리 론칭’ 절반의 성공…‘첼시매직’ 가능성은?

[관련기사]라이언 긱스, 신화 그 이상의…

[관련기사]아스널, 이제 ‘별’ 볼 일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