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총알같은 ‘질주 본능’ 백인 쏜살같은 ‘飛魚 체질’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선천적 차이인가… 후천적 결과인가

근육 밀도 높은 흑인 육상서 두각 - 백인은 부력 좋아 수영 유리… 일부선 “생리학적 접근 설득력 적다”

흑인과 백인에게 각각 맞는 스포츠가 따로 있는 것일까.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녀 100m에서 자메이카의 ‘흑진주’ 우사인 볼트와 셸리 앤 프레이저가 나란히 우승했다. 수영에서는 ‘백색 돌고래’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사상 첫 8관왕에 올랐다. 육상 단거리에서는 흑인, 수영에선 백인이 주도권을 잡는 구도가 형성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 흑과 백의 생리적 차이

2003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2002∼2003년 익사로 사망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흑인이 백인보다 1.25배 많았다. 특히 5세부터 19세에서 흑인은 백인보다 2.3배나 많이 물에 빠져 죽었다. 1970년대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전국 수영교습소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8곳 중 31곳에서 ‘흑인은 수영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나왔다.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흑인과 백인은 비중이 다르다고 한다. 흑인은 밀도가 높은 근육이 인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비중이 높다. 그만큼 체지방이 적어 물에 잘 뜨지 못한다. 박태환(단국대)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데 과학적인 지원을 한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흑인과 백인의 체질에 따른 비중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흑인은 짧고 굵은 근육이 발달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 좋다. 육상 단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백인은 흑인보다 비중이 낮은 데다 가늘고 긴 근육이 발달해 있어 굵은 근육을 가진 흑인보다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기 쉬워 수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 사회 문화 경제적인 차이

하지만 전문가들은 ‘흑과 백의 차이’에 대해 사회 문화적인 차이에 더 주목한다. 미국의 사회학자들은 흑백의 차이를 만든 가장 큰 이유를 경제력의 차이로 본다.

개인 종목인 수영은 야구나 농구 등에 비해 돈이 많이 든다. 재능이 있더라도 개인 교습을 받기 위해서 비싼 레슨비를 들여야 한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이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육상이나 농구, 야구, 미식축구에 매달렸다고 분석한다. 카리브 해 연안의 소국 자메이카에서도 육상은 가난 탈출의 돌파구다.

최근 타이거 우즈와 비너스, 세리나 윌리엄스 자매 등 흑인이 백인의 전유물이던 골프와 테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태환과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 등이 ‘아시아인의 금기’ 종목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신체 생리적인 접근이 설득력이 약해진 이유다.

○ 조만간 흑인 전성시대?

자메이카 스프린터에게는 단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액티넨A’라는 특이 성분이 70%나 발견된 반면에 호주 선수에게선 30%만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흑인이 유전적으로 단거리에 강하다는 증거다. 일각에선 흑인이 백인보다 전반적인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만간 백인이 설 무대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 텍사스대 사회학과 존 호버먼 교수는 “흑인이 백인보다 우월하다고 하는 것은 인종주의적 갈등을 낳을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미국 남북전쟁이 끝났을 때만 해도 스포츠는 백인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흑인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육상에 이어 수영에도 흑인 전성시대가 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