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 임경완 ‘임 작가’ 된 사연

  • 입력 2008년 5월 30일 03시 02분


27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한화에 8-5로 앞선 9회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또 ‘불쇼’ 하는 거 아이가(아니야)?”

그는 한화 선두타자 한상훈을 2루 땅볼 처리한 뒤 이희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김민재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1개.

그러나 이영우에게 왼쪽 2루타로 1실점, 추승우에게 우중간 안타로 또 1점을 내주며 롯데는 8-7까지 쫓겼다. 결국 로이스터 감독은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다행히 최향남이 덕 클락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한 덕분에 그는 블론 세이브(세이브 실패)는 면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화려한 공격야구로 프로야구 전성시대를 연 롯데 마무리 임경완(33·사진) 얘기다.

그는 요즘 인터넷 누리꾼 사이에서 ‘임 작가’로 불린다. 임 작가는 드라마만큼 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

임경완은 28일 현재 7세이브(1승 3패)를 거두긴 했지만 3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누리꾼의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꾼 ‘acsung’는 “그(임경완)의 작품 세계는 셰익스피어 비극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구성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고 촌평했다.

누리꾼 ‘manpowerscou’는 “요즘 홈런 1위 카림 가르시아와 마무리 임경완 때문에 롯데 경기를 본다”며 “특히 임경완의 투구는 공포 스릴러 이상의 흥미를 유발시킨다”고 했다.

임경완의 시즌 초는 산뜻했다. 3월 30일 대전 한화전부터 4월 29일 사직 LG전까지 1승 4세이브(평균자책 3.60)로 무패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이후 4월 30일 사직 LG전에서 1과 3분의 1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으로 2실점하며 구원패를 하는 등 3패 3세이브(평균자책 6.52)로 부진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임경완을 변함없이 신뢰했다. “임경완의 공에는 문제가 없다. 최향남과 함께 마무리로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임경완은 “위기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게 나의 문제”라며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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