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쩐의 전쟁’… 거물들의 잔치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8억→27억→40억→60억 원→?’ 스토브리그 ‘쩐의 전쟁’이 뜨겁다. 자유계약선수(FA·Free Agent) 김동주는 원소속 구단 두산이 제시한 4년간 62억 원의 역대 최고 몸값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다. 거물급 FA에게는 더없이 후끈한 스토브리그. 그러나 평범한 FA에게는 온기는커녕 찬바람만 쌩쌩 분다. 올겨울 FA 자격을 갖춘 선수 20명 중 FA 선언을 한 선수는 6명뿐이다.》



프로야구 최고 몸값선수 2000년 8억→2007년 62억+α ‘뜀박질’

○ FA 제도의 ‘빛과 그림자’

FA 제도는 2000년(1999년 말 자격 공시)부터 시행됐다. 그해 김동수(LG→삼성)와 이강철(해태→삼성)이 옵션 포함 3년간 8억 원에 계약했을 때 등장했던 ‘FA 대박’이라는 표현은 이내 무색해졌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FA 몸값은 5년 만에 60억 원(심정수)으로 불어났다. ▶그래픽 참조

‘FA 대박’과 함께 ‘FA의 그림자’ 역시 시작부터 드리워져 있었다.

시행 첫해 FA 자격을 갖춘 선수는 16명. 10시즌(지금은 9시즌)을 주전급으로 뛰며 얻은 훈장이지만 신청은 5명에 그쳤다. 5명 중 송유석(전 LG)과 김정수(전 해태)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뒤늦게 원소속 구단과 계약했지만 이미 괘씸죄에 걸린 뒤였다. 송유석은 연봉 동결, 김정수는 72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깎였고 둘 다 얼마 안 돼 트레이드됐다. ‘섣불리 FA 신청하면 본전도 못 챙긴다’라는 인식은 그때부터 생겼다.

○선수협-KBO ‘FA 줄다리기’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막는 것은 강력한 보상 규정 때문이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호 선수 18명을 제외한 보상 선수 1명+영입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 혹은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450%’를 FA 원소속 구단에 내놔야 한다. 가령 연봉 5억 원짜리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알토란 같은 보상 선수 1명에 15억 원을 주든가 보상 선수 없이 22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보상금으로 써야 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나진균 사무총장은 “현행 FA 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일부 선수에게 대박을 안겨 주는 것으로 변질됐다. KBO가 FA 자격이나 보상 규정을 완화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O는 나름대로 한국형 FA 제도가 정착됐다는 설명이다. 정금조 운영부장은 “선수층이 얇은 우리 현실에서 FA 제도가 없었다면 특급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나가 국내 야구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FA 등급제’(중급 선수의 보상 규정 완화)도 검토했지만 등급 산출 등 기술적인 부분이 너무 복잡하다”고 말해 FA 제도가 당분간 지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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