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야구 명문’ 이름은 바뀌었지만 피는 살아 흐른다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야구 명문 경북고가 처음 들어 본 학교에 지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개성고가 어디 있는 학교야?”

지난해 7월 2일 동대문야구장. 경북고는 제6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개성고와 맞붙어 0-7로 졌다. 관중석 한쪽에 있던 일부 팬은 1980년대 고교야구를 주름잡았던 모교 경북고가 ‘무명 학교’에 완패하자 아쉬워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동문이 하는 말. “저 학교, 옛날 부산상고잖아?”

대구상고, 광주상고, 경남상고, 부산상고, 마산상고, 동대문상고….

고교야구를 좋아했던 중년이라면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다.

대구상고는 김시진 현대 감독, ‘타격의 달인’ 장효조 삼성 스카우트, 사상 첫 2000안타의 대기록을 세운 삼성 양준혁을 배출한 야구 명문.

광주상고는 광주일고와 함께 전남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이순철 MBC-ESPN 해설위원과 김종모 KIA 코치가 이 학교 출신이다. 현대 채종국과 이택근이 활약했던 경남상고, 김응룡 프로야구 삼성 사장, 강병철 롯데 감독 등이 졸업한 부산상고, 롯데 한문연 공필성 코치가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산상고, 윤동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삼성 심정수 등을 배출한 동대문상고 역시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고교야구 기사에서 이들 학교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상업계 고교들이 2000년대 들어 인문고나 특성화고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제 그 시절 야구 명문들은 이렇게 불린다.

상원고(대구상고), 동성고(광주상고), 부경고(경남상고), 개성고(부산상고), 용마고(마산상고), 청원고(동대문상고).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는 상원고, 동성고, 부경고가 출전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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