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6월 5일 11시 1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살아난 삼성은 2007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이 분명하다. 1점차 승부에서 강력한 공격옵션으로 사용됐던 강명구가 가세한다면 삼성의 성적은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삼성이 시즌 초반 고전했던 이유는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지키는 야구를 전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키는 야구의 중심이었던 오승환과 권오준의 구위가 지난 시즌만 못한데다 선발 로테이션까지 무너져 5회까지 앞서는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5월 하순 들어서며 삼성의 마운드가 제 자리를 찾았다. 오승환이 철벽 마무리의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브라운-전병호-매존-안지만-임동규 등으로 구성된 선발 로테이션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방망이의 부진 속에서 삼성이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투수들의 활약 때문이다.
특히 권혁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재미없다고 하는 야구팬이 있다면 권혁의 피칭을 주의 깊게 지켜보지 않은 야구팬일 것이다.
150킬로가 넘는 빠른 직구를 구사하는 좌완 파이어볼러, 이닝 : 탈삼진이 1.5를 상회하는 엄청난 탈삼진 비율, 변화구 없이 직구만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공격적인 피칭, 다른 좌완 투수들보다 30cm 이상 높은 곳에서 형성되는 릴리스 포인트 등 팬들을 매료시킬만한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피칭 스타일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투수를 찾기 쉽지 않다.
많은 장점을 가진 투수답게 성적도 눈부시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권혁은 2007시즌 24경기에 등판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01를 기록하고 있다. 40 1/3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18개의 안타(피홈런 0)밖에 허용하지 않았고, 삼진은 무려 64개를 잡아냈다.
지난 시즌까지 승부처에서 권오준을 투입했던 선 감독은 이번 시즌 권혁에게 그 임무를 맡기고 있다. 승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에는 망설임 없이 권혁을 출격시키고 있는 것.
선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권혁은 멋진 피칭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권혁이 등판한 최근 11경기에서 삼성은 8승 2무 1패를 기록중이다.
특히 지난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서는 3경기에 모두 등판해 한화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4 2/3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무려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권혁의 호투를 앞세운 삼성은 3연승에 성공했고 5할 승률을 넘어서며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
권혁의 상승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오랜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데다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제구력도 향상됐으며 슬라이더도 예리함이 더해졌다.
2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전성기에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부상을 딛고 결점을 찾기 힘든 투수로 성장한 권혁. 지난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현진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좌완 파이어볼러의 계보를 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의 중심투수로 성장한 좌완 파이어볼러 권혁.(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