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폭력’ 파스코 퇴단-영구제명 조치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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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못을 가리는 게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 같아요. 이젠 좀 달라져야 할 텐데….”

1997년 프로농구 출범에 앞장섰던 한 원로 농구인은 12일 LG와 KTF의 4강전에서 나온 폭력 사태에 대해 부끄러움을 표시했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과열된 승부욕과 심판 판정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1시즌째를 맞도록 되풀이되며 특히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상대 선수와 심판에게 폭력을 행사한 ‘파스코 사건’은 여러 모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우선 ‘예고된 사고’였는데도 사전에 아무 조치가 없었다. 용병 맥기가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아 뛸 수 없었던 KTF는 후보들을 총동원해 다혈질인 LG 용병 파스코를 표적 삼아 거친 수비로 일관했다. KTF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1쿼터에 승부를 걸겠다. 여기서 밀리지 않아야 용병이 한 명만 뛰는 2, 3쿼터에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면 심판진은 육탄전에 가까운 파울에 경고나 벌칙을 내리거나 양 팀 감독을 불러 놓고 단단히 주의라도 줘야 옳았다.

경기 후 LG 신선우 감독은 “1쿼터에 파스코를 잠시 빼 진정시켜야 했는데 이기려는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활극의 주인공 파스코는 ‘13일의 금요일’에 구단에서 퇴단 조치를 받은 데 이어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아 주말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그가 떠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용병 선발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언제부터인지 몇몇 용병은 구단 위에 군림하며 안하무인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성적이 아쉬운 구단이 뒷돈을 비롯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용병을 상전 모시듯 하면서 자초한 결과다.

확실한 잣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뀌는 심판 판정도 바뀌어야 한다. 시즌 초반부터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있었다면 이번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구단의 눈치를 보며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KBL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페어플레이 같은 단어는 고사하고라도 추태만큼은 보고 싶지 않은 게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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