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이봉주, 노련미와 지구력으로 부활

  • 입력 2007년 3월 18일 16시 03분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부활했다.

'한 물 간것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는 이번 200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으로 깨끗이 불식됐다.

한때 한국마라톤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이봉주였지만 그는 2004년 이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여왔다. 200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8분 15초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2시간 10분 이내의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2시간 15분대로 실망을 안겼고 이듬해 나선 베를린 올림픽에서도 2시간 12분대로 부진했다. "이봉주는 끝났다."는 주위의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쯤.

▲이봉주가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그러나 이봉주는 이를 악물었다.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지구력은 누구못지 않다고 확신한 이봉주는 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서울중앙마라톤대회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2시간 10분 49초를 기록하며 다시금 10분 벽 돌파의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겨울,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과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올 시즌 몸상태를 다시 전성기 시절의 90% 수준으로 끌어 올린 이봉주는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을 부활의 무대로 정했고 결국 세계적인 철각들을 제치고 감격의 월계관을 썼다.

이봉주의 자신감대로 그의 지구력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임을 다시한번 증명한 대회였다. 30km 지점부터 폴 키프로프 키루이(최고기록 2시간 6분 44초), 라반 킵켐보이(2시간 8분 39초) 등 케냐의 탑글래스 마라토너와 선두권을 형성한 이봉주는 35Km 지점부터 키루이에게 뒤쳐지기 시작했고 한때 50m 이상 거리가 벌어져 우승은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후 키루이는 오버페이스의 여파로 결승선을 불과 2Km 앞두고 스피드가 떨어지기 시작한 반면 이봉주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점차 간격을 좁혔고 결국 순위를 뒤집는 저력을 선보였다.

이봉주의 또 한가지 장점은 레이스 중 완급조절 능력. 이날도 이봉주는 3명의 케냐 선수들에 둘러쌓여 막판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했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뒤 쳐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 앞으로 치고 나가는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도 돋보였다.

다시금 10분벽을 돌파하며 건재를 증명한 이봉주는 지난 아테네 올림픽 때의 수모를 갚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현재의 페이스만 잘 유지한다면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보]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우승
[화보]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출발선 표정

이봉주, 2007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감격
“아빠가 아프리카 선수들 보다 빨랐어”
‘달림이’들 서울 도심에서 축제 한마당

잠실=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사진=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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