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좋은 잘츠부르크 되레 감점요인 될수도”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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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대한 실사를 마지막으로 강원 평창, 러시아 소치 등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 도시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의 실사가 끝난다.

평가단을 따라 3개 도시를 모두 돌아본 언론인에게 세 곳의 장단점에 대해 물어봤다. 14일 잘츠부르크에서 만난 영국인 몰리 마이어(68·사진) 씨는 올림픽 취재에 관한 한 기자단과 유치위원회가 모두 인정하는 베테랑 언론인. IOC 취재만 20년 넘게 했고 지금은 스포츠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평창은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큰 강점입니다. 조사평가단과 함께 도착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깃발을 흔들며 우리를 반겼습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마이어 씨는 평창의 유치 열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IOC 멤버들도 환영받는 곳에서 대회를 치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라며 주민들의 열기가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평창은 2010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떨어진 뒤 이런저런 시설을 보강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당시 약속을 지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전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한 평창의 약점은 동계스포츠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소치는 이에 비해 러시아가 수많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동계올림픽 강국인 것이 강점이다. 게다가 예산을 비롯해 정부의 지원이 전폭적이다. 그러나 소치는 전무하다시피 한 시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마이어 씨는 지적했다. 그는 “소치는 경기시설, 숙박시설, 도로 등을 대부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과연 2014년까지 차질 없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츠부르크의 강점으로 이미 대부분 갖춰져 있는 시설을 꼽았다. 또 월드컵 스키대회를 비롯해 큰 대회를 치른 경험이 많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것’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 경기장을 짓고 인프라를 갖춰 후대에 남긴다는 ‘유산’ 개념을 중요시하는 IOC 멤버들도 있다”면서 “새로 지을 시설이 거의 없는 잘츠부르크는 이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낮은 주민 지지율도 IOC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잘츠부르크 시의원인 엘리자베스 프로메거 씨는 14일 평가단을 만나 2005년 4월 실시된 시민투표에서 61%가 개최에 반대했던 투표 결과를 전했다. 그는 “잘츠부르크는 새 수영장을 만들 여력조차 없다”면서 “큰 재정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전달했다. 더불어 모차르트의 탄생지인 ‘문화 도시’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도 걱정했다.

한편 잘츠부르크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이날 IOC 조사평가단에 지난해 10월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만 전달했다. 전국 75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지하는 응답은 잘츠부르크에서 61%, 전국에서 87%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잘츠부르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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