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허-동-만’ 다시 날아봐야죠"…KCC 김영만 은퇴식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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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996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는 기아농구단(위). 그때 허재-강동희-김영만 트리오는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3일 김영만의 은퇴식에 앞서 포즈를 취한 허재 김영만 강동희(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전주=이승건  기자
1995∼1996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는 기아농구단(위). 그때 허재-강동희-김영만 트리오는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3일 김영만의 은퇴식에 앞서 포즈를 취한 허재 김영만 강동희(왼쪽부터). 동아일보 자료 사진·전주=이승건 기자
셋이 다시 모였다. 같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농구코트를 누볐던 그들이지만 지금 두 사람은 지도자, 한 사람은 선수다. 그 선수도 이제 대학 코치가 되어 형들처럼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KCC 김영만(35)을 위해 KCC 허재(42) 감독과 동부 강동희(41) 코치가 13일 오후 자리를 함께했다. 김영만은 이날 저녁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1995~96 농구대잔치-프로농구 원년 우승 주역

농구팬이라면 1990년대 후반 농구 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허-동-만 트리오’를 기억한다. ‘허’재, 강‘동’희, 김영‘만’ 세 선수의 이름 한 자씩을 따서 만든 그 ‘허-동-만’은 1995∼1996 시즌 실업팀 기아를 농구대잔치 정상에 올려놨고 프로 원년인 1997년에도 기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때는 김유택(44) Xports 해설위원을 포함한 ‘허-동-택’이었지만 김영만의 가세 이후 ‘허-동-만’이 돼버렸다.

“농구대잔치 1995∼1996시즌이었어요. 기아가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았어요. (김)유택, 허재, 동희 형이랑 술 한잔 마시다 허재 형이 ‘혈서라도 쓰자’고 하더라고요. 뭐라고 쓴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여하튼 그 이후 승승장구해 우승까지 했어요. 하하.”

○‘우승 다짐 혈서’ 등 에피소드 끝없어

‘허-동-만’의 막내 김영만은 술을 잘 못마신다. 강동희 코치가 “술 좀 했으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할 정도. ‘혈서 사건’은 그런 김영만이 거의 유일하게 기억하는 술에 얽힌 추억이다.

세 사람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허 감독이 84학번, 강 코치가 86학번, 김영만이 91학번. 허 감독과 강 코치는 대학 때부터 함께 선수로 뛰었지만 김영만은 기아에 입단해서야 하늘 같은 두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

“허재 형은 후배들한테 참 잘해 줬어요. 남들은 엄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던데 글쎄요, 별로 못 느꼈어요. 동희 형은 성격이 참 순하고 좋았지요.”

허 감독과 강 코치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코트 안팎에서 ‘모범생’으로 불린 김영만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특히 강 코치는 기아, 모비스, LG, 동부에서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은 김영만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영만도 모교 중앙대 코치로 새 인생

지난 시즌 LG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강 코치가 있던 동부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김영만은 1월에는 KCC로 팀을 옮겼다. 평균 득점 20점을 넘기던 최고의 슈터이자 최강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였지만 2005년부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끼는 후배를 데려왔던 허 감독은 “더 힘들어지기 전에 은퇴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 중에 은퇴식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게다가 동부전이 고별 경기가 된 덕분에 허 감독과 강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허 감독은 “일정을 잡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얘기했지만 동부 전창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은퇴식 협조를 부탁해 동부에서도 김영만에게 꽃다발을 전달할 정도로 떠나는 후배를 챙겼다. 강 코치는 “나는 비시즌 중에 별로 관심도 못 받고 은퇴했는데 영만이는 복도 많은 놈”이라고 부러워했다.

두 선배의 배려 속에 화려한 은퇴식을 가진 김영만은 모교 중앙대의 코치로 ‘제2의 농구인생’을 시작한다.

동부, 적지서 KCC 격파

한편 이날 경기는 동부가 KCC를 79-72로 꺾었다. 김영만은 4쿼터 후반에 출전해 1분 31초를 뛰며 2득점, 1리바운드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전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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