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녕의 눈]충격이긴 윤미진 아낌없는 박수를

  • 입력 2004년 8월 21일 02시 19분


4년 전 시드니 올림픽 개인전 준결승에서 내가 만약 띠동갑인 윤미진을 꺾고 내친 김에 우승까지 차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예쁘고 마음씨 착한 미진이는 당시 17세의 꽃다운 나이. 부끄럽게도 나는 한번 은퇴했다가 돌아온 삼십 줄을 눈앞에 둔 주부. 어쩌면 그때 내가 진 것이 한국 양궁의 앞날을 위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곳 아테네에 와서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때문에 미진이가 이틀 전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하자 나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미진이에겐 전체 한국 선수단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인 단체전이 남아 있다는 사실.

예상대로 미진이는 어느새 슬픔을 딛고 일어났다. 단체전에서 에이스의 몫인 첫 번째 주자로 나서 팀을 리드했고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선 9발 중 X10점만 4개를 꽂았을 정도로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다. 경기장에서 그의 화사한 미소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미진이를 비롯해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준 3명의 자랑스러운 후배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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