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긴장한 석은미는 이은실의 1세트 첫 서비스를 왕난이 받아 넘기자마자 회심의 강 스매싱을 날렸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회심의 공격. 하지만 공은 라켓을 맞지도 않고 뒤로 빠졌고 이때부터 경기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20일 갈라치 올림픽홀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 결승. 한국의 이은실(삼성생명)-석은미(대한항공) 조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중국의 왕난-장이닝조에 29분만에 0-4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88 서울 올림픽 때 유남규(남자단식)와 양영자-현정화 조(여자복식)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나 할까. 세계랭킹 1위 장이닝과 2위 왕난 조는 마치 거대한 바위와 같았다. 세계 21위 이은실과 31위 석은미의 공격은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고 왕난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 장이닝의 파워 넘친 드라이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번 대회전까지 세 번 싸워 전패했던 기억도 이-석조의 마음을 흔들었다.
1세트 초반 내리 3점을 내준 한국은 석은미의 스매싱과 이은실의 백핸드 푸시 등으로 7-5로 따라 잡는 등 선전을 했지만 결국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첫 세트를 9-11로 내주며 이후 내리 3세트를 거저 내주고 말았다. 4세트가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29분.
“공의 회전력이 너무 빨라 라켓을 제대로 갖다 대지도 못했어요.”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석은미와 이은실의 충격은 컸다. 이에리사 대표팀 감독은 “사실 실력차가 컸다. 초반에 기선을 잡았으면 한번 해볼만 했는데 처음부터 경기가 잘 안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해(1976년) 같은 날(12월 25일) 태어난 이은실과 석은미. 오른손 펜 홀더에 전진 속공 스타일의 탁구를 구사하는 둘은 2000년부터 호흡을 맞춰 2002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중국의 장이닝-리난 조를 꺾고 우승하는 등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세계랭킹 1, 2위 장이닝-왕난으로 복식조를 바꾼 중국의 벽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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