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日찬양 강제 인터뷰 했었다

  • 입력 2004년 8월 10일 0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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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일제가 손 선생을 시켜 억지로 일본을 찬양하게 한 인터뷰가 실린 음반이 발견됐다.

손 선생 유족은 9일 최근 고인의 유품인 SP음반 한 장을 공개했다. 이 음반 앞면에는 여가수가 부른 ‘마라손 왕 손기정’ 노래가 녹음돼 있고 뒷면에는 약 7분 분량의 손 선생 육성이 담겨 있다.

“저는 손기정입니다. 우리들은 진정한 책임을 지고 8월 9일 오후 스따뜨(스타트)에 나섰습니다”로 시작되는 이 인터뷰 말미에서 손 선생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 승리는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크게 읽어, 크게 읽어”라고 옆에서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려 이 인터뷰가 일제에 의해 강제로 행해진 것임을 보여준다.

손기정 자료 수집가인 서양화가 강형구씨는 “이 음반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제패 직후인 1936년 9월경 일본에서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동아일보사·연합뉴스와 공동으로 ‘올림픽 108년, 그리고 손기정’전을 개최해 온 강씨는 10일 1차 전시를 끝내고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기념관에서 2차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강씨는 “이번에 발견된 음반의 내용을 완전히 해독해 2차 전시 때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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