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샛별 여중생 백혈병 『날벼락』…치료비없어 발 동동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08분


11일 오후 서울대 어린이병원 백혈병 병동 7110호실.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중인 민둥머리에 창백한 얼굴의 박혜은(朴慧恩·14·대전 서구 운정중)양이 힘없이 누워 있었다.

“펜싱칼을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혜은이는 지난해 펜싱검을 잡은 지 8개월만에 1위를 차지한 펜싱계의 새별. 펜싱부 한욱동(韓旭東·32)교사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승부근성도 강해 3학년이 되면 두각을 나타낼 유망주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혜은이가 병에 걸린 것을 안 것은 지난달 3일. 다행히 림프구성 백혈병은 약물개발 등 치료방법의 발전으로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는 병이다.

서울대 소아과 신희영(申熙泳)교수는 “혜은이는 현재 항암치료에다 고혈압 당뇨병 등 합병증으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중”이라며 “문제는 2년반이 넘게 걸릴 장기간 치료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치료비로 들어간 돈은 2천여만원. 앞으로도 병원비로 수천만원이 더 든다.

그러나 20년을 경찰관으로 일해온 아버지 박항규(朴恒圭·48·대전 동부서 오정파출소)씨의 월급(1백6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동안 부족한 병원비는 혜은이의 딱한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 직장동료와 운정중학교 등 주위에서 모아준 성금 7백여만원과 은행 빚으로 치러왔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 5명의 생계마저 걱정해야 할 형편.박씨는 “혜은이를 낫게 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02―708―1282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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