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스포츠/「붉은악마」신드롬]새응원문화 불씨 지폈다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2분


「축구장에 갈 땐 붉은 옷을 입으세요」. 올해 한국스포츠를 색깔로 따지자면 붉은 색. 「붉은 악마」 신드롬이 열병처럼 번졌다. 신세대들의 축구사랑이 PC통신이라는 사이버매체를 통해 응원문화로 꽃을 피운 것. 붉은 악마 응원단은 95년 PC통신 하이텔 축구동호인 10명으로 출발했다. 공식적으로 첫 출정한 것은 출범 2년 뒤인 지난 8월 10일 한국과 브라질대표팀 경기. 당시 2백여명이었던 응원단은 눈덩이처럼 불어 11월1일 잠실에서 열린 98프랑스월드컵아시아최종예선 일본과의 2차전땐 1천여명이나 됐다. 여기에 표가 없어 경기장에 오지 못한 회원들까지 합하면 1만5천여명. 회원이 하루에 수백명씩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붉은 옷, 붉은 모자, 붉은 신발 등 거리에도 붉은 패션이 넘실댔다. 심지어 머리를 붉게 염색하는 10대들도 생겨났다. 「아줌마 붉은 악마들」과 「할아버지 붉은 악마들」도 등장했다. 서울의 유명술집 웨이터 이름에 박찬호 선동렬 차범근에 이어 붉은 악마가 오른 것도 바로 이때였다. 붉은 악마 신드롬. 도대체 붉은 악마의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붉은 악마의 신인철(29·회사원)회장은 『붉은 악마 구성원들은 대부분 청소년들과 대학생 등 젊은 중산층으로 이들에게 응원은 하나의 공동체 놀이』라며 『놀이공간이 전혀 없다시피한 이들에게 축구경기장은 훌륭한 놀이공간』이라고 말했다. 결국 붉은 악마가 목마름에 불을 지른 「불씨」역할을 한 셈이다. 붉은 악마는 한국 국민 모두가 잠재적 회원. 이때문인지 붉은 악마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이름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왜 이름이 하필 붉은 악마냐는 것. 젊은 층들은 대부분 애교 띤 별명일 뿐이며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반응. 반면 나이가 든 층일수록 「악마」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악마라고 할 수 있느냐며 「붉은 벌떼」 「붉은 늑대들」이라는 대체별명까지 내놓았다. 어쨌든 붉은 악마는 △누구나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갈수 있게 했으며 △젊은 사람들이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는 놀이 공간을 확보했고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붉은 색 콤플렉스」를 누그러뜨리는 데도 한몫을 한 셈이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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