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레이어는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없다」.
스포츠계에서 오르내리는 이 속설은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김현준감독(37)과 LG 세이커스 이충희감독(38)에겐 맞지 않는다.
80년대에서 90년대초까지 한국 남자농구 최고의 슈터로 불렸던 이들은 올시즌 나란히 사령탑에 올라 상종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개막당일 최경덕 전임감독의 전격경질에 따라 지휘봉을 잡은 김현준감독대행은 감독초년생답지 않은 노련미와 두둑한 배짱으로 삼성을 이끌고 있다.
삼성의 초반 연승엔 김감독의 효율적인 팀관리가 주효했다는 평. 지난 시즌 꼴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개인의 특기를 살려주는 지휘스타일로 팀의 화합에 성공했다.
「반쪽슈터」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문경은을 집중조련, 주포로 키운 것도 그의 공로. 현역시절 「전자슈터」로 명성을 날렸던 김감독은 문경은의 개인훈련을 전담하는 억척을 보였다.
「아시아최고의 슈터」로 꼽혔던 이감독의 활약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수비형 센터 박재헌에게 공력력을 심어주었고 「땅콩가드」 김태진을 오성식에 버금가는 플레이메이커로 키워냈다. 박훈근과 박규현을 식스맨으로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도 수준급. 대부분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이 화려한 공격농구를 지향하는데 반해 수비와 조직력에 비중을 두는 내실있는 경기운영으로 착실히 승수를 쌓아 「역시 이충희」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아직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두 스타감독들이 몰고온 거센 돌풍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