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로]美용병 내한 앞두고 국내농구계 위기감 고조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權純一기자」 『이러다가 「토종 센터」들의 씨가 말라버리는 게 아닌가』 내년 2월 출범하는 남자프로농구에서 뛸 미국용병들의 내한을 앞두고 대학과 고교를 비롯한 국내농구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구대잔치가 끝난 후 프로로 전향하는 7개 남자실업팀이 지난 달 미국 현지에서 스카우트한 14명의 용병들은 오는 20일경 입국할 예정. 용병수입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포지션은 센터. 국내선수들은 아무리 키가 커도 탄력이 월등한 용병들과의 골밑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거리슛 등 외국선수들과 경쟁을 할 만한 포워드나 가드로 유망주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 홍순갑 경복고 감독은 『용병수입으로 국내선수들이 뛸 수 있는 위치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특히 센터들이 설땅을 잃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종완 대학농구연맹회장은 『벌써 초등학교 선수들중에서 키가 큰 유망주들이 외국선수와 도저히 경쟁이 안되는 센터를 포기하고 포워드로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코치들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농구수준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 가운데 하나. 국내선수 육성을 위해 각 팀당 2명씩의 용병을 보유하되 경기에는 한명만을 출전시키기로 했던 한국농구연맹(KBL)이 당초의 계획을 바꿔 한경기에 두명의 용병을 동시에 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선수는 들러리로 밀려나고 농구코트를 용병들이 점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프로농구를 시작한 필리핀이나 홍콩,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선수들이 용병선수들에게 완전히 압도당해 농구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못해진 게 그 예. 최근 프로농구를 출범시킨 중국은 국가대표가 속한 팀은 용병을 출전시키지 못하도록 정해 국내스타들이 용병과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뜻있는 농구인들은 『KBL이 붐조성을 위해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마와 프로가 같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용병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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