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27)가 조사를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동하고 있다. A 씨는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지 58일 만이다. 2024.7.10/뉴스1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에서 납치·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국내에서 피해자를 유인해 출국시킨 조직원을 붙잡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확보한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의 출국 경위부터 납치, 금품 갈취 협박, 고문, 살해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 “통장 비싸게 사준다” 출국 유도한 유인책 검거
10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 씨(22)의 납치·살해 사건에 연루된 조직원 1명을 체포했다. 이 인물은 국내에서 박 씨에게 처음 접근해 “현지에 가면 동료들이 은행 통장을 비싸게 사줄 것”이라며 출국을 유도한 ‘유인책’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들이 텔레그램 등으로 은신처를 옮기며 활동해 수사가 쉽지 않지만, 붙잡은 조직원을 통해 총책까지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지난 7월 가족들에게 “여름방학에 해외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이후 조선족 말투를 쓰는 한 남성이 박 씨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곳에서 사고를 쳐서 감금됐다. 5000만 원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가족들은 즉시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며칠 뒤 연락이 두절됐다. 박 씨는 8월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 범죄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 현지 한국인 납치 급증… “범죄조직 피난처 된 캄보디아”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폭행·살해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캄보디아는 보이스피싱과 불법 카지노, 마약 거래 등이 집중된 조직범죄 거점으로 변모하면서 ‘동남아의 범죄 허브’로 불리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중국과 필리핀 정부가 강력 단속을 강화하면서 현지 범죄조직들이 캄보디아로 옮겨오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해외 취업을 유도한 뒤 피해자를 감금·착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신 송환 2개월째 지연… 외교력 도마에
박 씨의 시신은 두 달째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경찰 인력을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해 시신 확인과 송환을 추진했으나, 현지 정부의 협조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캄보디아대사관이 경찰청과 협력해 캄보디아 사법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고, 유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재명 정권 무능외교·국격실격 대응특위’ 소속 김건·유용원 의원은 1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외교당국이 현지 정부와 협조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특히 주캄보디아 대사 공석으로 현지 대응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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