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내달 대입 공고뒤엔 수정 어려워… 現 고3부터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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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대입전형 반영뒤 번복땐
수험생들 줄소송 사태 올수도
의사단체는 “소송 결과 지켜봐야”
비수도권 2198명 지역 선발 예정… 이공계 상당수 N수 뛰어들 우려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이 발표되면서 의사와 전공의·의대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대 2000명 증원’은 돌이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정원을 바탕으로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시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각 대학이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 공고까지 마친 후에 내용이 바뀌면 수험생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을 낸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 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 “돌이킬 수 없다” vs “법적 판단 남았다”

이날 의대 정원 발표는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달 6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지 43일 만이고,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가 15일 첫 회의를 연 뒤 5일 만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속도감 있게 배정위원회를 가동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과정도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교육부의 공문을 받은 각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 및 전형방법을 결정한다.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해 달라고 신청한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내년도 입시 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에 공고한 것을 준수해야 하지만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다.

대교협이 승인을 통보하면 각 대학은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교협 승인과 시행계획 변경사항 공고가 4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고된 시행계획을 변경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정원의 10%까지 모집이 정지될 수 있다. 또 수험생과 학부모의 줄소송이 예상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정원이 배분되고 입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이 의대 반대 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정원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인력 양성은 국가의 인력 수급 정책과 연계돼 교육부 장관이 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아무리 반대가 있어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전국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이날 “의대 증원에 대한 처분 취소 신청을 냈는데 법적 판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판사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 “지역인재전형 노린 지방 유학 늘어날 듯”

이번에 정원이 대폭 늘어난 비수도권 의대 27곳은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전형을 지역에 따라 20% 혹은 40% 이상 선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번에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 만큼 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내년도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3662명인 만큼 지역인재 전형 대상은 2198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각 대학이 밝힌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 1068명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충청 지역 수험생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원할 의대가 한 군데 더 늘게 된다. 교육부는 분교가 아닌 캠퍼스라 지역인재전형 선발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단국대(천안) 역시 입학 정원이 40명에서 120명으로 3배가 된 만큼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7학년도까지는 해당 지방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고교에 입학한 후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으로 지방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도 비수도권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자녀가 초등학생이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 중에는 지방 전입학을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3 재학생은 물론이고 대학 재학생, 직장인까지 대거 의대에 가기 위해 N수에 뛰어들면서 단기적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한 교수는 “상위권 대학 공대 재학생 상당수가 반수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공계, 첨단분야 인재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무색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의대 증원#대입 공고#대입전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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