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에서 재활상담사로 “중독자들 마음 여는 게 제 역할” [따만사]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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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센터장
1년에 1500명 중독재활센터 도움 받아

최근 청소년 마약범죄, 마약류 온라인 불법거래 등이 급증하며 마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날로 대두되고 있다. 당정은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협의회를 열고 마약범죄 근절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마약범죄에 대해 “‘악’ 소리 나게,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약 관련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국내 전체 마약사범 중에서 10대 비중이 5년 만에 4배로 급증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은 마약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마약 중독의 늪에 빠진 사람들이 재활에 성공하고 사회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0대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한 뒤 25년 동안이나 중독 상태였던 마약 경험자이기도 하다. 2002년에 마약을 완전히 끊은 후로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중독재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중독재활센터는 마약류 예방·재활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센터로, 마약류 중독자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과 재활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중독재활센터를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만 1년에 5~600명가량이다. 법적으로 마약 투약이 적발돼 오는 사람들을 더 하면 1년에 1500명 정도가 마약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독재활센터의 도움을 받는다.

“국민들 마약에 경각심 없어, 예방 교육 철저히 해야”
최근 국내에서 마약 관련 이슈가 연달아 쏟아져 나오고, 투약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 박 센터장은 “갑작스럽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숨어 있던 사람들이 최근 돌출돼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청소년 때부터 마약을 접한 사람들이 지금 20대, 30대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우울감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마약 취약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늘고, 자연스럽게 마약관련 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된 요인도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마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지식도 없다고 비판했다.

“금연 교육이나 성교육은 어려서부터 시키지 않나요? 하지만 마약에 대한 예방 교육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의료용 약물 같은 경우는 의외로 접하기 쉬운 환경이지만 사람들이 전혀 모른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무방비 상태입니다.”

그러면서 ‘운전자가 사고를 냈는데 차에서 마약이 발견됐다’, ‘연예인들이 마약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처벌을 받았다’, ‘마약 사용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 역시 정작 중요한 예방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예방 보다 검거 소식 위주로만 다루고 있다. 지금이라도 어린 시절부터 마약에 대한 예방 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같은 식당 간판도 청소년들에게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낮추게 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마약 구하는 경로 늘어,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박 센터장은 마약 문제 해결에 대해 “우선 우리나라에 마약이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불법 유통되는 마약류는 대부분 외국에서 밀반입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밀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고, 그러다보니 판매도 많이 늘었다. 자연히 투약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일대일로 마약을 구했는데 지금은 SNS를 통해서 마약을 접하고 텔레그램을 통해서 사이트로 들어가서 마약을 구하고, 코인 대행업체로부터 비밀리에 주고받는 일이 발생이 되고 있다. 어떻게 투약하는지 방법을 몰라도 판매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투약을 하는지 방법까지 가르쳐준다”고 했다.

이어 “또 판매자들이 대마를 구입하면 필로폰을 조금 맛을 보게 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쉽게 노출을 시킨다. 그러다 진짜 돈 주고 마약을 사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맛을 들이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병원만 10번 넘게 입원, 결국 문제는 나 자신”
25년 간 마약 중독자이기도 했던 박 센터장은 중학교 때 불법 마약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의료용 약물을 먼저 접하고 이후에 필로폰으로 옮겨갔다. 약물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실을 분별할 수 없게 되고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사람이 된다. 약물에 사람이 갇히게 된다.

박 센터장은 “큰 현실을 못 보고 나중에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사람의 노력과 인내로 끊는 게 쉽지가 않다. 오래 중독이 되면 사람이 우울하게 되고 사회 적응이 힘들다. 그러다 보면 이제 자괴감에 빠지고 자꾸 희망이 없어진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도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자살 시도도 했었고 정신병원만 10번 넘게 입원했지만 그때 나는 ‘내가 왜 여기 입원해야 돼? 정신병자들이랑’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문제가 되는 게 나였구나.’ 이걸 깨닫고 결국에는 회복해야 될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중독된 사람들은 자기가 중독자라고 얘기 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안 할 수 있고 안 들킬 수 있고 몰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함정”이라며 “그 함정에서 더 빨리 나오게 할 수 있게 경험을 공유하고 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검거와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치료재활”
박 센터장은 마약에 대한 검거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과 치료 재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약류 범죄가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른, 뇌질환에 기인한 병리적 현상이라는 시각으로 치료재활에 중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 형사절차 모든 단계에서 치료·재활제도를 적용하여 본인의 단약의지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재발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마약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거 기반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하고, 학생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예방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압니다. 이제라도 약물 사용의 고위험 집단, 외국인 근로자 및 성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을 확대해야 해요.”

그는 외국은 중독자가 ‘이제 내가 마약 투약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전문병원도 많이 있고 입소 시설도 많이 있고 공동체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독자가 진짜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전문 병원에 가야지’, ‘재활센터가 있으니까 가서 상담 받아서 내가 사회에 적응을 해야지’ 이런 마음이 들 수 있도록 국민과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고 했다.

“교도소에 있는 중독자들이 출소하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전 재산과 모든 것을 다 탕진해야 비로소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걸 인정해요. 그 전에 회복시켜야 합니다. 중독자들은 약물에 대해선 잘 알지만 회복하는 방법은 해 본적이 없어 잘 몰라요. 중독재활센터나 전문병원 등을 골라서 갈 수 있게 치료 시설이 더 늘어나야 많은 중독자를 구할 수 있어요.”

“마약, 절대 호기심도 가져서는 안 돼”
박 센터장은 ‘마약을 접한 것을 실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약물을 처음 접하는 것 자체가 실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경각심이 없는 것”이라며 “마약은 알코올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차원이 다르다. 마약의 ‘마’ 자도 절대 호기심을 가져서도 안 되고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만약 주위에서 마약을 하자고 유혹하거나 강제한다면 과감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주위도 마약을 용인하지 않는 환경 및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이미 중독된 사람들은 숨기거나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저희 센터나 전문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인생 더 망가지는 순간까지 가지 말고 빨리 그 안에서 나오세요.”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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