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브로커’로 드러난 매관매직…경찰 내부선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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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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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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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브로커’를 계기로 경찰의 매관매직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경찰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매관매직은 과거 경찰 조직에서 성행하던 고질병이었다.

계급 정년이 있어 사실상 승진에 목숨 거는 경찰 조직 특성상 “돈을 써서라도 승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피라미드형 직제와 계급 정년에 따른 빠른 퇴직, 고위직일수록 인사 평가에 의존하는 승진 제도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승진 제도 이대로 괜찮나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승진을 청탁하거나 이를 수수한 후 제공한 혐의로 중간간부급 경찰들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이 같은 혐의로 수사하는 경정 3명과 경감 4명에 대해 전남·광주 경찰청은 직위해제 조처를 한 상태다.

경찰 간부들이 광주·전남에서 주로 활동한 민간 브로커를 통해 승진을 청탁한 혐의로 줄줄이 직위 해제되면서 경찰 심사승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도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매관매직은 과거의 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횡행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찰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매관매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승진 등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찰 승진 경로는 시험, 심사, 근속, 특진 4가지다. 일정 근무 일수를 채우거나(근속) 공로를 세운 극소수를 승진시키는 경우(특진)를 제외하면 경찰들이 택하는 승진 방식은 시험과 심사 2가지다.

경장~경정 승진까지는 시험 승진과 심사 승진이 5:5 비율로 이뤄지지만, 중간간부 끝자락에 해당하는 총경 승진부터는 심사 승진만 가능하다. 심사 승진은 상사가 매기는 근무 평가 성적에 기반하기 때문에 인사권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경찰 중간급 간부는 경위, 경감, 경정, 총경 순으로 직급이 높다. 경위는 일선서장이 추천서를 작성할 권한을 가진다. 경감과 경정의 경우 관할 지방청장이, 총경급 이상 간부는 경찰청장이 인사권을 행사 가능하다.

경찰 계급별 인원을 살펴보면 중간간부 단계인 경위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해지는 피라미드 구조를 띈다. 당장 2022년 경찰 계급별 총 인원을 살펴봐도 현장 치안 업무를 수행하는 순경(1만7526명), 경장(2만3826명), 경사(2만1751명)보다 경위(4만6604명) 수가 더 많다.

경위 단계부턴 경감(1만8958명), 경정(3131명), 총경(679명) 등 계급별 인원수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경정부터는 일정기간 승진을 못할 경우 퇴직(계급 정년)을 해야 해서 부담감도 상당하다.

빠르면 40대 후반~50대 초에도 옷을 벗어야 하고, 변호사 자격증 등이 있는 게 아니면 안정적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브로커 등을 통해서라도 승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들의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특정 자격증 등을 갖추지 않는 이상 계급 정년 시기가 다가와 버리면 퇴직 이후 안정이 보장되는 직업을 찾기 힘들다”며 “대기업 등의 문을 두드리거나 사설탐정 등을 기웃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제대로 정비가 된 상태가 아니니 승진에 힘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계급 수 줄이고 처우 개선해야”

심사 승진의 공정성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지만 경찰은 심사 승진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승진 시험 준비로 인해 현장 업무 등에 소홀해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험승진과 심사승진 비율을 5:5에서 3:7로 2026년까지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시험 승진도 인사고과를 챙겨야 하지만 아무래도 객관적 점수에 기반하다 보니 그나마 공정하다는 생각”이라며 “심사 승진 비율이 늘면 당연히 상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심사 승진 제도에 대해 경찰 인사 제도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경찰 계급 수 조절,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방 자치화가 잘 되어 있는 국가의 경우 경찰 계급을 4개 정도로 구분해 승진보다는 현장 치안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한국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연방 국가들 같은 경우는 계급 정년이 없고 순경 생활만 20년 해도 먹고사는 것에 문제가 없다. 월급도 일반 공무원의 1.5배 수준”이라며 “승진하지 않아도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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