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주관식 22번이 상위권 등급 가를것… 국어 두 문제 고난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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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
국어-수학-영어 과목별 난이도
정답 찾는 기술 아닌 사고력 요구… 공교육 범위 벗어난 킬러문항 배제
선택과목, 작년보다 까다로워… “시간 부족한 수험생 많았을 것”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대체할 수준 높은 고난도 문항이 출제됐다.”(윤윤구 서울 한양대사범대 부속고 교사·EBS 현장교사단)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 평가는 현직 교사와 입시업계가 대체로 일치했다. 선택지는 까다로웠고, 지문 속 키워드로 답을 빨리 찾는 기술이 아니라 지문을 끝까지 읽고 깊은 사고력을 발휘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됐다.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주관식 문제가 출제되고 정답과 헷갈릴 만한 오답이 여럿 있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정답을 고르는 데 애를 먹었다.

● 국어 ‘매력적인 오답’으로 변별력 높여


국어는 평이했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소한 개념을 가져오는 등 수험생을 당황하게 하는 문항은 없었지만, 선택지를 까다롭게 해 정답을 헷갈리게 하거나 추론 및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을 배치해 변별력을 높였다는 것. EBS 현장교사단인 윤혜정 덕수고 교사는 “문제 풀이 기술만 익히거나 작품 의미를 암기해서 푸는 게 아니라, 공부한 개념을 지문이나 선택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통과목 중 까다로웠던 문제로는 10번 문항(독서)과 27번(문학) 등이 꼽혔다. 10번은 ‘데이터의 결측치와 이상치의 처리 방법’을 다룬 과학기술 지문이다. 다만 EBS와 연계돼 출제된 데다 지문 안에 개념 설명이 충분해 ‘킬러 문항’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27번은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을 제시문으로 주고,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물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제 해결 과정을 번거롭게 해 까다롭게 만든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선택과목이 까다로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세 국어의 훈민정음 원리를 다룬 언어와매체 35∼36번 문항이 대표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언어와 매체에서 문법이 어렵게 출제됐다. 9월 모평보다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어려운 문항을 연속 배치해 학생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등 문항 배치로 변별력을 높이는 시도도 보인다”고 말했다.

● 수학, 9월 모평보단 최상위권 까다로울 듯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광주경신여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11.16/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광주경신여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11.16/뉴스1
수학은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수능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5점, 올 9월 모평에선 144점이었다. 하지만 만점자는 934명에서 최소 2520명으로 크게 늘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응시 집단의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대체로 표준점수가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수능’으로 본다. EBS 현장교사단인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최상위권부터 중하위권 학생들까지 변별할 수 있는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이 골고루 출제됐다”고 말했다.

9월 모평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낮다는 지적을 고려해 출제진은 주관식 22번의 난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 방법이 킬러 문항과는 다르다는 게 EBS 교사단의 평가다. 심 교사는 “예전 킬러 문항들은 가, 나, 다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줬지만, 22번은 조건을 하나만 준다. 함수 그래프를 만드는 데까지만 접근하면 짧은 계산으로도 정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에서 배운 문제 풀이 기술이 아닌, 수학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입시업계도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2번이 상위권 등급을 가르는 문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병진 소장은 “만점자 수 관리를 위해 미적분의 난이도를 지난해 수준으로 조절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선택과목에선 이과생이 유리한 구조는 이번 수능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대표는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평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지만, 확률과 통계는 쉽게 출제돼 선택과목 간 점수 차가 좁혀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영어, 전체 지문 이해해야 문제 풀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95지구 제3시험장이 마련된 제주시 오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제주도사진기자회) 2023.11.16/뉴스1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95지구 제3시험장이 마련된 제주시 오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1교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제주도사진기자회) 2023.11.16/뉴스1
영어는 킬러 문항을 배제했지만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대평가인 영어의 1등급(90점 이상) 비율은 지난해 수능에서 7.83%, 9월 모평에선 4.37%였다. 이는 절대평가 도입 후 2019학년도 6월 모평(4.1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수험생들에겐 올 수능도 꽤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소재나 지문으로 수험생을 괴롭혔던 킬러 문항은 없었다는 게 교사와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EBS 현장교사단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우리말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표현을 배제했다. 문제 풀이 기술보다는 지문 전체를 꼼꼼히 읽어야 정확한 독해가 가능한 문항을 다수 배치해 변별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긴 문장이 많이 포함되고, 다양한 소재의 지문이 출제돼 해석에 어려움을 겪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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