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반쪽짜리’ 논란에 휩싸인 이유 [메트로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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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이름만 봐서는 어떤 용도인지 감이 잘 안 오실 것 같습니다. 다름아닌 서울시가 11일 새롭게 출시하겠다고 밝힌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입니다. 이날 기자설명회를 연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소 저감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과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으로 전환한다는 목표에 따른 이름”이라며 “이름 안에 저희의 정책 구상이 다 들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 6만5000원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1인당 연간 34만 원 혜택”

기후동행카드의 핵심은 월 6만5000원에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대중교통에 포함됩니다. 서울시는 현재 5만5000원에 지하철을 60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하철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중교통 전반을 아우르는 무제한 정기권 출시는 처음입니다. 내년 1~5월 시범 운영을 한 뒤 보완해 하반기부터 정식 출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그동안 줄어든 대중교통 활용을 다시 늘리겠다는 구상입니다. 2021년 서울의 대중교통 수단분담률(사람들이 통행하는 교통수단 중 대중교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52.9%로 2018년 65.1%보다 줄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사용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카드 도입으로 승용차 이용 대수가 연간 1만3000대 감소하고, 온실가스도 연 3만2000t 덜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에는 고물가 시대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약 50만 명의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해 1인당 연간 34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을 60번 탔을 때의 기준입니다. 내년 하반기 지하철 기본요금(1550원)을 60번 낼 때 9만3000원이 나오는데요,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면 한 달에 2만8000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됩니다.

●수도권은 빼놓은 ‘반쪽짜리’ 카드?

그럼에도 기후동행카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서울 내에서만 카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 뒤 경기·인천에서 내릴 때는 카드를 쓸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합니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에서도 적용이 안 됩니다. 버스의 경우 타 지역 버스에 더해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도 탈 수 없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와 인천시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올 초부터 정책을 준비했지만, 경기, 인천에게 이 내용을 알린 날은 이달 7일이라고 합니다.

서울시내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6만5000원이란 가격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은 대체로 수도권에서 멀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인데, 정작 이들을 빼놓은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방송 출연을 통해 “인천시와 경기도가 의지만 있다면 내년 1월부터 사업을 함께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운송기관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시는 시범 운영을 하는 5개월 간 소요되는 예산을 75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서울시와 운송기관이 이를 반씩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운송기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최근 결정했는데, 이 중 일부를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도이칠란드 티켓이 되려면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하면서 독일의 ‘도이칠란드 티켓(일명 49유로 티켓)’의 예를 들었습니다. 독일은 지난해 6~8월 한화 약 1만2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뒤 올 5월부터 월 49유로의 도이칠란드 티켓을 본격 도입했습니다. 9유로 티켓은 대중교통 이용을 25% 늘리고 이산화탄소 180만t을 저감하는 등의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가 한국판 도이칠란드 티켓이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 도이칠란드 티켓은 세 달 만에 1100만 장이 판매됐다고 하는데, 인접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 대상을 확대해야 한국에서도 그런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후도 동행도 챙기는 ‘기후동행카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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