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팔면 손해”… 2배 뛴 배추값에 반찬가게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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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폭염-태풍에 채소값 급등
쪽파-미나리도 한달새 2배로 올라
식당 주인도 “코로나 때만큼 힘들어”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3.3.29. 뉴스1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3.3.29. 뉴스1
“한 달 만에 배추값이 2배 이상으로 올라서 배추김치는 팔수록 손해예요.”

서울 영등포구 주택가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15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예 안 팔려다 찾는 손님이 많아 일주일에 딱 10kg만 팔고 있는데 더 팔면 출혈이 커서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배추김치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마철 집중호우가 폭염과 태풍으로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반찬가게와 식당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0㎏에 1만9820원으로 한 달 전(9682원)에 비해 104.7% 올랐다. 배추뿐만 아니라 쪽파(1㎏)와 미나리(7.5㎏) 가격도 각각 101%, 119.3% 치솟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 있는 반찬가게 사장 문재임 씨(75)는 “배추 한 포기에 3000원이던 도매가가 8000원으로 오르면서 지난주까지 ㎏당 8000원에 팔던 배추김치 가격을 1만 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팔수록 적자”라고 했다.

김치를 수시로 담가야 하는 칼국수나 보쌈 식당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미경 씨는 “배추뿐 아니라 칼국수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채소값이 올랐다”며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도 어렵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을 때만큼 경영이 어렵다”고 했다.

태풍 ‘카눈’에 따른 농산물 출하 감소 여파가 본격화하면 향후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손님들에게 상추를 3, 4장만 드리면서 채소값이 올라 리필이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게 가격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 없으니 하루하루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김치 팔면 손해#채소값 급등#농산물 출하 감소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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