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9주년, 포용으로 다양성 존중해야 [기고/김영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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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김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한국 배우(윤여정)가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미나리’는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던 한인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뤘다. 이민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적지 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23년 4월 기준 세종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경제활동인구, 즉 원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또 소위 ‘3D’ 분야, 어렵고 더럽고 위험해서 채워지지 않는 일자리를 외국 인력이 감당해 주길 바라는 사회적 요구도 있다. 인구 위기와 빈 일자리 해소의 대안으로 외국 인력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체류 15세 이상 외국인은 130만2000명으로, 2012년 대비 10년 새 35.1% 늘었다. 하지만 ‘이주민의 유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양면적이다.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청소년의 90% 이상이 “다문화 학생과 친구가 되는 게 불편하지 않다”라고 응답했지만,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는 “외국인 이민자와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응답(12.9%)이 늘어났다.

빈 일자리 해소와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사회복지 부담의 증가나 종교·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한민족 단일 혈통이 익숙했던 대한민국에서 다른 인종, 문화 등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것’을 ‘틀린 것’과 혼동하면 안 된다.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모여 사회의 ‘역동성’을 살리고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함께 살아가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일방적인 동화(同化)가 아닌 ‘공존(共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만 19년이 된 지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그의 국적과 인종으로 한계 지어 ‘이방인’으로 두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용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로 2006년 입국해 6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귀국한 아본 도말라온 씨는 필리핀 프리에토디아스시 시의원으로 3선을 하고, 지금은 부시장이 됐다. 한국을 찾는 이주민의 ‘코리안 드림’이 빛바래지 않도록, 지금 우리 곁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또 다른 도말라온 부시장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김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고용허가제#포용#다양성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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