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일탈’ 온라인 커뮤니티…성착취·마약에 ‘살인 예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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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4일 05시 40분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3.7.23 뉴스1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3.7.23 뉴스1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탈’이 도를 넘고 있다. 살인 예고 게시글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 성착취, 마약 오남용, 자살 조장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운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고 협박글을 게시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미성년자 성착취, 마약 오남용, 자살 조장, 동물학대 등 범죄 온상으로 지적됐던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글까지 잇따르자 전문가들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 논란 처음 아냐…살인 예고 앞서 성착취, 마약, 동물학대도

4일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또다시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된 7번째 ‘신림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7번째 살인 예고글 작성자는 “인생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라며 “신림에서 누군가 흉기 들고 나타날 것”이라고 국내 야구갤러리에 적었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33)의 범행 동기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게시글 작성자 중 한 명을 협박 혐의로 구속해 송치까지 마쳤음에도 AKB48, 만화, 주식, 남자 연예인 갤러리 등 살인 예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디시인사이드가 이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 여학생이 자신의 극단적 선택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를 계기로 검경은 우울증갤러리를 고리로 한 미성년자 성착취 등 혐의를 받는 신대방팸 일당을 수사해 송치·기소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신림팸 일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거나 햄스터의 다리를 묶어 공중에 매다는 등 동물 학대 영상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동물 관련 단체는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를 동물 학대 방조 혐의로 고발했으나 12월 경찰은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등을 통해 미성년자를 꾀어내 성착취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신대방팸’ 일원이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7.5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등을 통해 미성년자를 꾀어내 성착취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신대방팸’ 일원이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7.5 뉴스1

당시 경찰은 길고양이를 학대한 A씨를 폐쇄회로(CC)TV 등을 살피며 수사했으나 해외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는 A씨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디시인사이드의 유동적 닉네임(유동닉) 제도도 수사의 어려움을 가중한다. 유동닉이란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는 완전한 익명의 유저를 말한다. 이들은 게시글이나 댓글을 남길 때마다 새로운 닉네임과 비밀번호를 사용한다.

이런 상황에 지난 5월 정부는 경찰에서 요청한 우울증 갤러리 일시 차단 요청을 거부하며 자율 규제 강화를 택했다. 일부 회원들은 위축은커녕 “절대 안 잡힌다”며 더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살인 예고글은 대부분 관심받고 싶어서 장난식으로 올리는 게시물이 대부분이고 회사 차원에서 삭제를 하고 신고 게시판을 운영해 대응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신경을 쓰고 있고 방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빨리 파악하고 조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운영자도 책임져야…법적 근거 마련 필요”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는 ‘테러 예고’ 글을 올린 20대 A씨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7.27 뉴스1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여성을 살해하겠다는 ‘테러 예고’ 글을 올린 20대 A씨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7.27 뉴스1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내의 범죄 행위를 막으려면 조금 더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커뮤니티 운영으로 운영자 측에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면 일정 부분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며 “사이트 운영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책임성도 함께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테러를 예고하거나 범죄를 부추기는 게시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심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일정 부분 운영자도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운영자들이 자율적으로 내용을 규제하고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핫라인을 통해 경찰에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응하고 처벌하는 전담 기구가 있다면 통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밟고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승재현 한국형사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포털을 규제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전 예방하기도 어렵다”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협박했을 때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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