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단길’에 청년이 가득… 광주 동구가 젊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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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공기관 이전 여파… 인구 줄었다가 최근 반등
출산율 지역서 가장 높아… 관광 명소 간 이동 편리하고
역사-문화 등 자원도 풍부… 다양한 축제, 지역에 활기

과거 ‘호남 1번지’로 불렸던 광주 동구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의 모습.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과거 ‘호남 1번지’로 불렸던 광주 동구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의 모습.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2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장동 대각선 횡단보도. 굵은 장맛비에도 젊은이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 복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동리단길로 불리는 동명동을 연결하는 통로다.

대학생 김모 씨(21·여)는 “친구들과 문화전당을 산책한 뒤 동명동 카페촌으로 음료를 마시러 가고 있다. 문화전당 주변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전당에서 동명동 반대편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남구 양림동이 있다. 양림동은 20세기 초 대한제국 시기에 광주로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교회, 병원, 주택이 남아 있다.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동명동과 양림동을 잇는 문화관광 축이 인기다.

광주 동구는 과거 ‘호남 1번지’로 불리며 행정·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90년부터 도심 공동화, 각종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8년 인구가 9만6347명이 될 때까지 28년 동안 인구 감소가 이어졌다. 다행히 2019년 인구가 최저점을 찍으며 반등해 10만 명을 회복한 뒤 지난달 10만6666명을 기록했다. 기길호 광주 동구청 홍보실장은 “최근 4년 반 동안 전체 인구의 10%가량인 1만 명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 동구는 호남지역 인구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3년에 걸쳐 인구 순유입 상위권을 차지했다. 출산율은 광주 전체 평균 0.90보다 높은 0.99를 차지하며 지역 1위를 기록했다.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활기차게 일하는 연령대인 25∼30세 비율은 2017년 6.61%에서 2021년 7.41%로 늘어나는 등 청년층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교, 대학 신입생 수도 9649명으로 졸업생 9409명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광주 동구가 낡은 이미지를 벗고 호남 1번지로 재도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들이 동구에 유입되는 것은 역사, 문화, 인문, 관광 자원이 풍부하고 맛있는 먹거리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동구 전체 지역(49.32㎢) 가운데 청년들이 찾는 거리는 충장동(1.1㎢), 동명동(0.43㎢), 서남동(1.44㎢)으로 6%(2.97㎢)에 집중돼 있다. 이 밖에 대학, 학원, 병원이 집중돼 있는 것도 청년 유입에 장점이다.

최근 광주 동구는 관광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축제도 진행하고 있다. 동구는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한 번씩 충장로, 충금·금남로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한 상가 축제 라온 페스타를 펼친다. 또 10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 동안 제20회 광주 추억의 충장 축제, 제2회 광주 버스킹 월드컵을 개최한다.

조선하 조선대 미래사회융합대학 교수는 “광주 동구는 관광 명소 간 이동의 부담이 적고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숙박까지 가능해 여행지로 잠재력이 높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명동, 양림동, 광주천을 잇는 연결선이 다양해지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전당-무등산-지산유원지 등 관광 3대축 조성”


임택 광주 동구청장 인터뷰
“광주 동구를 체류형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60·사진)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구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활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권 △무등산국립공원권 △지산유원지권 등 관광 3대 축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구청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는 옛 전남도청 분수대를 중심으로 한 5·18민주광장을 빛의 분수대로 꾸민 상태”라며 “주변에 옛날 광주읍성을 상징하는 빛의 읍성, 빛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등산국립공원권은 증심사 자락에 위치한 춘설헌, 의재미술관 등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인문 콘텐츠로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구가 운영하는 무등산 인문 축제인 ‘인문 For:rest’에는 최근 탐방객 2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임 구청장은 “지산유원지권은 지산유원지를 조성하는 민간 사업자가 재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개발 계획과 연계해 발전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양파크호텔을 재건축할 경우 기존 7층에서 개발 제한 문제로 5층까지만 신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리모델링하거나 그대로 이용해 디지털 미술관 또는 오페라관으로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임 구청장은 “광주의 역사, 문화, 정신이 서려 있는 동구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잇고 발전시켜 젊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동리단길#광주 동구#임택 광주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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