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52개大 英QS대학평가 보이콧…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돼 불공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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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언론에 동문 언급되면 가점
국제연구네트워크 지수 등 불합리”
QS, 평가와 함께 컨설팅도 운영
“대학평가 구실로 장사” 비판 받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전국 52개 주요 대학이 내년부터 영국 QS 세계대학평가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QS에 새로 도입된 평가 방식이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52개 대학 기획처장들은 25일 낸 공동 성명에서 “한국 대학은 올해 Q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제외되길 원한다”며 “QS가 순위를 발표하는 경우 향후 한국 대학들은 데이터를 내지 않고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영국 대학평가 기관인 ‘쿼커렐리 시먼즈’에서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대학 순위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 1500여 개 대학을 평가한다. 조선일보는 2009년부터 QS와 ‘아시아대학평가’를 공동 진행해 매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52개 대학은 결과 발표를 앞둔 2023∼2024학년도 평가에 새로 생긴 △국제 연구 네트워크(IRN) △취업률 △지속 가능성 등의 지표를 문제 삼았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지표는 대학과 해외 다른 대학과의 연구협력 관계를 평가하는 IRN이다. 이 지수는 ‘각 대학의 연구협력 국가 수’를 ‘연구협력 기관 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예를 들어, A대가 10개 국가의 20개 기관과 연구협력을 맺고 있다면 0.5점(10 나누기 20)을 받는다. B대가 10개 국가의 10개 기관과 연구협력을 맺고 있는 경우 1점이다. 연구협력 기관이 더 적지만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것. 대학들은 이런 방식의 평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업률 평가 또한 영미권에 유리하도록 점수 산출 방식이 짜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QS는 포브스, 포린폴리시 등 영미권 언론에 동문이 자주 언급되면 가점을 준다. 아시아 대학들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 지표도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들은 그동안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QS에 광고비를 집행하거나, QS 컨설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다고 호소했다. QS는 대학과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대학평가를 구실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QS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대학의 순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한국 대학들이 순위에서 제외될지는 미지수다. QS는 홈페이지에서 “신뢰도와 엄격성을 위해 대학이 우리의 평가를 선택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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