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논란에도 “다른 데서 보면 돼”…5조원대 피해 육박[사건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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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누누티비가 차단되더라도 무료로 드라마 볼 수 있는 불법 동영상 사이트가 넘쳐나는데 굳이 뭐하러 돈 주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구독하나요.”

지난해 초부터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를 이용해온 장모 씨(28)는 최근 누누티비의 콘텐츠 삭제 조치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넘쳐나는 상황에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OTT 등 각종 유료 콘텐츠를 무단으로 서비스하는 불법 콘텐츠 사이트다. 최근 저작권 위반 논란이 일자 누누티비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OTT 및 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하겠다”고 최근 공지했다.

업계에선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콘텐츠 사이트 여러 곳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타 불법 사이트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국내 OTT 프로그램들을 모두 삭제했다며 올린 공지 내용. 누누티비 홈페이지 캡처.


● 이용자들 “어차피 다른 불법 사이트로 옮기면 돼”
30일 포털사이트 등에 ‘누누티비 대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글이 100개 이상 쏟아졌다. 해당 글에는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사이트 링크와 우회해서 접속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콘텐츠 사이트를 나열해둔 곳엔 유사한 사이트가 130개 넘게 올라와 있었다.

직접 누누티비에 접속해보자 국내 OTT 프로그램 일부가 삭제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더 글로리’,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 해외 OTT 프로그램은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사이트에선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등 티빙과 같은 국내 OTT 전용 드라마와 예능도 여전히 무료로 볼 수 있었다.

누누티비 논란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 콘텐츠 사이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건 이처럼 ‘대체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홍모 씨(24)는 “OTT 몇 개만 유료 구독하면 한 달에 3만 원 넘게 들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했다. A 씨(28) 역시 “경찰이 누누티비를 수사한다고 해서 이젠 다른 사이트로 옮기려 한다”면서도 “누누티비를 대신 이용할 수 있는 불법 사이트는 많다”고 말했다.

누누티비와 유사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화면 여러 개 캡처.
누누티비와 유사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화면 여러 개 캡처.


● 누누티비로 인한 OTT 업계 피해액 ‘5조 원’ 육박
누누티비 같은 불법 콘텐츠 사이트로 인해 OTT 업계가 입은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영화·OTT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에 따르면 2021년 누누티비가 개설된 후 지난달까지 조회수는 총 18억1200만 회 이상으로 집계됐다. 협의체는 이 조회수를 OTT 구독료 중 비교적 저렴한 2750원으로 산정했을 때 피해액이 최소 4조9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누누티비 외에도 유사 사이트가 수백 개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수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는 이달 9일 수사기관에 누누티비를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을 모은다. 협의체 관계자는 “누누티비 운영자 한 명 잡고 끝낼 게 아니라 수입원 자체를 막아야 한다”며 “불법 콘텐츠 사이트에 게시된 도박·음란물 광고 자체를 차단해 돈줄을 막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IP(지식재산권) 보호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국회에선 특정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들도 접속차단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의 경우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긴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서라도 운영자를 붙잡아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반드시 처벌한다는 선례를 보여줘야 다른 불법 콘텐츠 사이트 운영자도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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