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발’ 의정협의체 중단 위기…“의사 총파업 불사”

  • 뉴시스

‘간호법 제정안’과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행하자 의사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년 만에 재개된 정부와 의사단체 간 필수의료 공백 해소 등 의료 현안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박성민 대의원회 의장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대한전공의협의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운영 위원회를 열고 의료현안협의체 참여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간호법과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 등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 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를 이어갈 상황은 아니어서 집행부에 국회와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한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9일 법사위에 계류된 간호법 제정안·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안 7건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부의해달라고 요구하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지난달 26일 첫 모임을 가졌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지만 의료진 기피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필수의료 육성과 지원을 비롯해 지역의료 격차 해소,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의료현안협의체 의료계 측 인사)은 “본회의 직회부 법안들이 있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면서 “본회의 직회부와 협의체 운영의 주체는 국회와 정부로 각각 다르지만,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는 것이 훨씬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18일 의협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간호법과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게 된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이 결정되면 장외 집회, 총파업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국회와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총파업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단체가 당장 초강수인 총파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7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무기한 총파업에 나섰지만, 코로나 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파업한다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총파업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작지 않아 2년여 전 총파업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컵 속의 물이 흘러 넘치고 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간호법과 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이 다수당(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통과되면서 의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당장이라도 액션을 취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협 등 13개 단체로 꾸려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오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강행처리 규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향후 대응책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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