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하는 노인 10년새 62% 증가… “65세 이상도 실업급여를”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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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희망유니온 등 12곳 연대 결성
“65세 이상 지급 제외는 연령차별”
정부-국회에 법개정 촉구 집단행동
고령층 고용 관련 사회적요구 표출

고령자 단체들이 모여 정부와 국회에 “65세가 넘어 새로 취업해도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한 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과 고령자 계속고용,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등이 사회 이슈로 대두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라 주목된다. 한국이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령층이 본격적으로 고용과 관련된 사회적 요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5세 넘었다고 실업급여 제외는 차별”
8일 노동계에 따르면 6일 고령자 관련 단체 12곳이 모여 ‘고용보험법 개정 입법 촉구 연대회의’를 발족했다. 노후희망유니온, 전국시니어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소상공인자영업직능단체연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65세 이후 신규 취업자를 실업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제10조 2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달 중 참여 단체를 확대한 뒤 정식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법 개정 공청회도 열 방침이다. 지난달 4일 노후희망유니온 명의로 이 장관에게 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문도 보냈다.

65세 이전에 취업해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5세 이후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5세 이후 새로 취업한 사람은 실업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65세 이상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복 수급을 제한하는 차원에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고령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를 확대하면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들은 이러한 제도가 ‘연령 차별’이라고 반발한다. 전대석 노후희망유니온 사무총장은 “국민연금 같은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실업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만 65세가 된 임미령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건 부당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55∼79세 경제활동인구(5월 기준)는 2012년 554만 명에서 2022년 897만2000명으로 61.9% 늘었다. 지난해 55∼79세 인구 1509만8000명 중 연금을 받는 비율은 절반(49.4%)에 그쳤고, 이마저도 월평균 수령액이 69만 원에 불과했다.
●연금만으로는 빠듯한 노후… “확대 적용 필요”
고용부는 지난달 발표한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에서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업무보고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되는 등 수년째 검토만 이어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연령 기준은 연금이나 다른 복지제도 적용 연령을 고려해 정한 것”이라며 “이들 제도와의 관계나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공적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실업급여 적용 연령의 상한을 맞춰 중복 수급을 제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65세 이상 취업자에게 일시금 형태로 고령자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층 상당수가 연금만으로는 노후를 보내기 빠듯해 일해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처지인 점을 감안하면 실업급여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과 고령자 계속고용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이 이를 논의할 적기라는 것이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 부담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일본처럼 고령자 대상의 별도 실업급여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65세 이상 실업급여#노후희망유니온#연대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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